갈리폴리(Gallipoli)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
이 명대사는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이다. 그런데 이 비슷한 대사가 외국 영화 “Gallipoli”에도 나온다. 주인공과 삼촌이 단거리 경주 연습을 하기 직전에 이런 문답을 주고받는다.
너의 다리는 무엇인가
용수철이요 무쇠 용수철
그걸로 뭘 할 거지
트랙을 따라 돕니다
얼마나 빠르지
표범처럼 빠릅니다
81년 작 영화 Gallipoli는 이렇게 시작한다. 주인공 아치(Mark Lee 분)는 단거리 유망주이다. 삼촌의 지도하에 단거리 경주 연습에 매진하고 있지만 마음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유럽에 가 있다. 그래서 호주군에 입대하여 터키로 갈 궁리를 하고 있다.
아치는 경주에서 자신과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인 프랭크(Mel Gibson 분)를 만난다. 그리고 경기를 위해 집을 떠난 기회를 노려 부모의 허락없이 프랭크와 함께 군에 입대하게 된다.
이들이 속한 부대는 흑해의 입구인 갈리폴리에서 영국국의 상륙 작전을 돕기 위해 우월한 화력을 보유한 터키 부대와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뿐 조금도 전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젊은이들이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전장에 쓰러져간다. 그러나 지휘관은 계속 무모한 돌격을 명령하고 아치가 속한 부대원 모두 마지막 돌격 시도를 준비한다.
그 사이 전령 임무를 수행하던 프랭크는 전투 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지만 결국 명령을 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멀리서 돌격 신호 피리소리를 듣고 울부짖는다. 아치는 삼촌과의 대화를 되뇌이고 단거리 경주하듯 돌격을 감행하지만 결국 총에 맞고 쓰러진다. 영화는 이렇게 하드보일드하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역시 눈에 띄는 것은 배우 멜 깁슨이다. 멜 깁슨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의 울분을 토해내는 격정적인 연기도 이때부터 인상적이다. 초점없는 시선, 절규하는 모습은 초기의 Mad Max(’79)부터 Lethal Weapon 씨리즈를 거쳐 최근의 Braveheart, Ransom과 The Patriot까지 배우 멜 깁슨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셈이다.
* 이 영화의 감독 Peter Weir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와 그린 카드(Green Card)의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