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장진 식의 유머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유머를 열심히 풀어놓고 그 다음에 ‘이런 유머는 재미없지?’라고 반문하는 허탈함에서 그 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이 영화는 미스테리물의 틀을 쓴 부조리극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부부터 이미 유력한 용의자는 잡혀 있고, 계속되는 수사에 의해 밝혀지는 추가 용의자들도 실제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모두 ‘누가 범인일까’라는 점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피해자는 왜 죽었을까’라는 의문은 묻혀진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의 플롯은 엉성하다. 뉴스에 나오는 경찰 수사만 봐도, 사망 사건에 대해 살인인지 자살인지 쉽게 단정짓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칼에 찔려 죽은 게 아니고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살인’사건이라는 단정에서 물러날 줄을 모른다.

장진 감독이 매스미디어의 폐해와 성과에 눈 멀어있는 수사방식, 그리고 어이없는 환영이나 굿판을 싸잡아 풍자하려던 게 아니라면 플롯이 엉성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장진 식의 유머로 ‘어설픈’ 진지함에 대한 거리두기나 김빼기 작전이 아니라면 풍자의 힘은 약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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