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비(카메라, 스캐너, 프린터)

기변의 끝

내 솔직히 말하건대 내게는 심각한 자가 뽐뿌 증상이 있다. 이제 35mm 필름 카메라에서는 이게 기변병의 마지막이 되리라 믿는다.

Contax AX와 T3

사진은 결국 사진가의 눈에 달려있고 카메라는 무엇이든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좀 더 편리한 바디, 좀 더 선예도가 높은 렌즈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SLR과 P&S(Point & Shoot; 똑딱이)로서는 내가 장비탓을 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굳이 찾자면야 라이카도 있겠지만 렌즈는 이미 라이카 렌즈와 콘탁스의 짜이스 렌즈는 우열을 논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실 이젠 좀 귀찮기도 하다.

이제는 하도 자주 바꿔서 어떤 기종을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기나긴 기변의 끝임을 스스로에게 각성시키기 위해 정리해본다. 사진도 잘 못 찍으면서 바꿔대기는 참 많이 한 꼴이다.

(다음 중 볼드체로 표시된 장비는 현재 보유 중임을 의미한다.)

1. Olympus Pen EF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Half-frame 카메라, 36컷 필름으로 72컷을 찍을 수 있다. 너무 많은 컷을 찍을 수 있다는 점때문에 질려버린 카메라이다. 감도링이 빠져버리는 이 카메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길래 내가 직접 분해해서 고쳤다. 헐값(5만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에 팔기도 뭐해서 그냥 보유하고 있다.

2. Lomo LC-A
32mm/F2.8의 Minitar 렌즈가 달려있는 러시아산 목측식 P&S 카메라. 사진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처음 구입한 카메라이다. 어떤 장면을 찍어도 모두 비네팅이 심해서 터널 이펙트가 나타났고 그래서 사진이 표현하고자하는 피사체에 집중하게 되는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로모는 비네팅이 심해야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광학적 성능에 있어서 심각한 결함인 비네팅을 가진 주제에 비싼 가격이라고 사진 애호가들의 비난을 많이 받았던 카메라지만 아직까지도 로모가 보여주는 사진이 진정한 일상을 담는 카메라로서는 충분하다 못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Ace 삼각대
옥션에서 주문했던 싸구려 삼각대이다. 3-way 헤드가 고정식으로 달려있었다.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르고 구입했는데 너무 가벼워서 CP5700을 구입하면서 후배한테 그냥 줬다.

Agfa Snapscan E-50
아그파에서 내놓은 저가형 필름겸용 평판스캐너이다. 평판 스캐너로서는 화질이 좋은 편이라는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필름 스캔은 역시 별로였다. 이걸로 필름 스캔을 밤새워 하곤 했는데 로모로 찍은 사진이 초점이 잘 안 맞는 문제가 있었거니와 스캐너의 한계로 인해서 좋은 스캔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스캐너 탓이라기보다는 카메라의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판 스캔의 필요성때문에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친구에게 줬다.

3. Nikon Coolpix 5700
니콘에서 2002년 당시에 보급형 디카중에서는 가장 비싼 가격에 출시했던 카메라이다. 35mm로 환산하여 Nikon AF 35mm-280mm/F2.8-4.0 ED 렌즈가 장착되어 있다. 렌즈는 저분산(ED: Extra low Dispersion)이라서 색수차가 적었지만 고급형 디카치고는 가변 조리개수치가 다소 아쉬웠다. 디카답게 엣지가 잘 서는 선예도는 좋은 편이었으나 인물 사진 찍기에는 너무 쨍하고 물빠진 색감이라서 판매했다.

Velbon HG-4 삼각대 + Velbon PH-243 볼헤드 + UN 퀵슈
온리니콘의 망자님께 구입한 금속제의 중형 삼각대. 죄다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작은 크기에도 꽤나 무거웠다. 처음으로 볼헤드를 써봤는데 아주 편리했다. 5700과 함께 잘 사용했는데, 쓰다보니 내 키에 비해 다소 짧은 것 같아서 EOS 30을 구입할 때 5700과 함께 판매했다.

4. Minolta X-700 + MC W.Rokkor 28mm/F2.8 + MD 50mm/F1.4
처음 써 본 수동 필카, 경쾌한 셔터음이 착 달라붙는 마음에 드는 카메라였다. 사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추천하곤 한다. 표준 렌즈인 50/1.4와 광각렌즈인 28/2.8로 무엇이든 찍을 수 있었다. 결혼 준비에 돈이 필요해서 EOS 30을 남기고 이 카메라는 결국 팔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이용재 선배가 수동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길래 X-700으로 강력 추천해주었다. 결국 나랑 똑같은 구성으로 가더군.

5. Canon EOS 30
캐논의 대표적인 보급형 AF 필카라면 EOS 5가 있지만 EOS 5는 스팟측광이 있다는 점, 최대 셔터스피드가 한 스톱 더 있다는 점, 적외선 AF 보조광이 있다는 점을 빼고는 투박한 바디 형체에 30보다 떨어지는 AF 기능, E-TTL 기능이 없고, 마그네슘 바디가 아니며 이미 단종된 퇴역 기종이라는 점 때문에 젊은 브랜드 캐논의 이미지에 맞지 않아서 30을 선택하게 되었다. 5가 30보다 한 레벨 위니, 프로기종이니 어쩌구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습기만 하다. 그런 논리라면 스팟 안 되고 최고셔터스피드 떨어지는 10D는 5보다 하위 기종일 수 밖에 없다. (10D는 30을 베이스로 하여 디지틀 바디로 설계된 제품이다.) 어차피 캐논을 쓰려면 EOS 3를 써야 이런 비생산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F 50mm/F1.4 USM
캐논 렌즈 중에서 최고라고 하면 과찬일까? 짜이스의 플라나 50mm/F1.4를 베껴서 만들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따뜻한 느낌의 빠른 표준 렌즈. 널리 사용되는 EF 50mm/F1.8에 비해 가격은 3배, 성능이나 만족도는 1.5배쯤?

EF 28-135mm/F3.5-5.6 IS USM
캐논의 표준계 줌렌즈 중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 렌즈. 28-70이나 24-70 등의 고급 줌렌즈도 있고 28-85, 28-105 등의 저가형 줌렌즈도 있지만 50만원 대에서 IS(흔들림방지) 기능이 있다는 점은 느린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높이 칭찬할 만하다. 담배를 못 끊는 캐논 SLR 사용자들에게 권한다.

Manfrotto 190 구형 삼각대 + Manfrotto 168 Heavy 볼헤드
이 정도면 35mm 카메라는 어떤 거라도 달고 너끈하다. EOS 10D에 EF 70-200mm/F2.8 L을 달고도 흔들리거나 미끄러지는 일이 없으니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

6. Canon EOS 10D
한동안 중급 DSLR계를 평정했던 카메라. 배터리가 오래간다고 변강쇠 DSLR로 유명했던 D100을 누르고 최고 인기 기종의 자리에 등극하다! 심지어는 돈주고도 못살 정도로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300D가 출시된 후로도 블랙 바디의 매력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EOS 30을 베이스로 하며 디지틀 바디로 만들어진 카메라로서 캐논답게 화사한 색감을 보여주는 게 일품이었다. 특히 EF 50mm/F1.4를 끼우면 80mm 환산 화각으로 화사하고 환상적인 인물 사진을 만들어내곤 했다.

Kenko Uniplus 25 접사튜브
28-135에 물려서 접사할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어댑터였다. 비싸게 매크로 렌즈를 구입할 필요도 없었고 화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접사 필터도 아니었다. 접사튜브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다만 초점거리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접사가 가능한 것이다.

Tokina AT-X 17mm Aspherical 구형
비싼 광각계 줌렌즈를 구입할 수 없어서 써드파티 광각 렌즈를 찾다보니 토키나 17mm 구형렌즈가 철제 후드에 뛰어난 컨트래스트를 특징으로 한다고 해서 중고시장에서 겨우 구했다. 그러나 지나친 광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중고시장에 내놓고 말았다. 야외 사진은 정말 쨍하고 화려한 색감이 장점이었는데 실내 사진은 색감이 묘하게 뒤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PS2 게임기를 구입해서 와이프와 함께 즐겨볼까 해서 이 렌즈를 팔고 그 돈으로 PS2를 구입했으나 결국 두 가지 모두 방출되었다.

EF 70-200mm/F2.8 L USM
캐논이 자랑하는 '신이 내린 렌즈'로 캐논 망원렌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L렌즈답게 엄청난 화질과 빠른 구동이 인상적이었다. 캐논 카메라를 쓴다면 이 렌즈는 한 번 써볼만하다.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고 10D의 가격 하락이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에서 10D와 함께 모든 캐논 렌즈를 방출했다. 겨우 1달 써봤지만 인물 촬영에 쓸만했다. 조리개를 잔뜩 죄어도 배경이 뭉개지는 게 일품이다.(거꾸로 말하면 그런 사진 외에는 찍기가 어렵다.)

7. Nikon F80D
D70과 함께 써보려고 구입한 니콘의 필름 카메라이다. F5, F100의 뒤를 따르는 비교적 고급형 카메라이지만 캐논의 EOS 30이나 EOS 10D에 비해 좋은 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결국 최근에 잔 결함이 많은 D70의 구입을 포기하게 되었고 콘탁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3달만에 방출하게 되었다.

AF 35mm/F2.0 D
디지틀바디에서 환산화각으로 50mm쯤 되니까 D70에 물려서 표준렌즈 대용으로 쓰려고 구입했는데 기대했던 D70의 구입을 포기하게 되어서 판매했다.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신품을 판매하게 되어서 다소 아쉽다.

AF-s 24-85mm/F3.5-4.5 G IF-ED
그냥 평범한 니콘의 표준계 줌렌즈. AF-s 렌즈라서 빠른 구동이 장점이지만 사진은 대체적으로 밋밋했다. 게다가 내가 서서히 줌렌즈에 대한 실망이 커져가고 있던 시기라서 크게 만족하지는 못했다.

AF 80-200mm/F2.8 D ED
캐논의 EF 80-200/F2.8 L에 버금가는 렌즈이다. USM이 아니라서 구동이 다소 느리지만 화질이나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써보았던 70-200은 배경이 너무 심하게 뭉개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렌즈는 보다 부드러운 장면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Nikon Coolscan LS-40 IV ED 필름전용 스캐너
어차피 디지틀 카메라의 경우에도 필수적으로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이왕 후작업이 필요하다면 필름을 직접 다뤄보고자 필름전용 스캐너를 구입했다. 필름의 입자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8. Minolta X-20
와이프가 필요하다고 해서 디카를 하나 장만했다. 저렴하고 2백만화소면 인화에 충분하고 하얀색이라서 깨끗하고 동영상 기능도 충실하고… 모두 마음에 든다. 디카치고는 질감 표현(특히 피부톤)이 잘 되는 카메라이다.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고장난 상태이다.

9. Contax T3
로모가 생각이 나서 AF P&S 카메라를 찾다가 T3에 도달했다. T3 실버로 저렴하게 장만하려고 했는데 중고시장에 T3가 씨가 말라서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T3 블랙으로 구했다. 유용하게 잘 썼으나, Pentax *ist DS 구입을 위해 방출되었다.

10. Contax AX
최고의 MF 카메라이다. ABF(Auto Back Focusing)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AF 카메라처럼 자동초점 기능이 있다. Contax 카메라 최고 기술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설계부터 AF로 개발된 Contax N 씨리즈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MF 기반의 AF 바디이다. 초점면이 극히 얇은 Planar 85mm/F1.4와 찰떡 궁합이라고 해서 85mm를 구하려고 한다.

Distagon 28mm/F2.8 MM
Planar 50mm/F1.4 MM
Planar 85mm/F1.4 MM
Makro-Planar 100mm/F2.8 AE
Yashica ML 80-200mm/F4

AX에 마운트해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M42 스크류마운트 렌즈들
Carl Zeiss Jena DDR Tessar 50mm/F2.8
Carl Zeiss Jena DDR Flektogon 20mm/F2.8
Carl Zeiss Jena DDR Sonnar 135mm/F3.5
Jupiter-9 85mm/F2.0

11. Konica C35 Flashmatic
한 롤도 채 못 찍고 방출

Slik Sprint Mini
역시 삼각대는 계륵이다. 가지고 있자시 잘 안 쓰고, 팔자니 아깝다. 이 삼각대는 중소형 삼각대(맨프로토 190급 이하) 중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36cm밖에 안 된다.

12. Pentax *ist DS
전에 쓰던 캐논 10D보다는 정밀도가 높다. LCD와 뷰파인더가 크다. 연사 속도는 굼벵인데, 연사를 쓸 일이 없어서 선택했다.

DA 18-55mm/F3.5-5.6
그냥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APS사이즈 DSLR용 표준계 줌렌즈이다. 초점도 잘 잡고, 전후핀 문제도 없지만 밝기가 아쉽다. 하지만 DSLR에서는 ISO/ASA를 올릴 수 있으므로 어지간한 곳에서는 촬영이 가능하니 별 무리 없다.

A 50mm/F1.4
MF 렌즈답게 만듬새가 FA 렌즈보다는 금속질감의 단단함에 느껴진다. 그러나 역시 콘탁스 MF 렌즈만큼 정밀도가 높진 않다. 경통에 유격이 좀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실사용에는 별 문제 없다.

A 100mm/F4 Macro
20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마크로 렌즈. 마크로 렌즈답게 화질도 뛰어나고 만듬새도 정밀하다.

13. Leica M3 Dual Stroke & Single Stroke

Summarit 50mm/F1.5
Elmar 50mm/F2.8 Red Feet
Summicron 50mm/F2.0 with Dual Range Eye

14. Polaroid Land Automatic 360

15. Contax G2

Contax Biogon 28mm/F2.8
Contax Planar 45mm/F2.0
Contax Sonnar 90mm/F2.8

16. Leica M6

Summicron 50mm/F2.0 현행

댓글 2개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