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제서야 보게 된 ‘봄날은 간다’

선배의 추천으로 언젠가는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썩 잘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극중 인물에 잘 녹아든-캐릭터를 잘 소화한-듯하다. ‘보여지는’ 매끈한 연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감정 표현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멜로판 ‘생활의 발견’이랄까.

사람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벚꽃이 핀 거리 장면에서, 카메라는 주인공 두 남녀에만 초점을 맞추어 배경은 아스라이 뭉개진다. 허진호감독도 사진이라는 걸 해봤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진 후,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변한 게 없다. 라면같은 일회성 사랑을 바라는 은수와 김치같이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바라는 상우는 예전과 변함이 없고, 상대도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서로를 잡지 않는다.

갈대밭에서 소리를 채집하고 있는 상우의 모습은 홀가분해 보였다. 첫사랑의 실패를 극복한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대나무숲을 스치는 바람처럼 잔잔하고, 갈대처럼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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