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live is evil

어제 저녁 퇴사하시는 부장님 환송회가 있어서 거기 참석했다가 2차로 라이브바에 갔었는데, 2차 끝나고 집에 가려고 라이브바 앞에서 동료들을 잠깐 기다리게 되었다.

라이브바 앞 계단 위에서 간판을 보는데 거울에 비친 “live”라는 단어가 “evil”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작년 여름까지 내가 속한 그룹의 장(長)으로 계셨던 부장님께서는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의 권고로 사직을 하게 되셨다. 1차 회식 장소에서 자신의 처지를 반 농담조로 조소하시면서 “나는 사기쳐서 회사에 들어왔고 사기치면서 회사 다녔다”고 말씀하시던데 좀 안쓰럽기도 하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리가 불편할 정도였다.

'사기를 친다'는 말이야 좀 선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일 따름이지만, 산다는 게 누군가에게 자신을 실제 이상으로 포장하고 그럼으로써 남을 약간이나마 속이는 것은 누구나 바라기도 하고, 그렇게 하기 싫다고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력서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자기가 이룬 업무 성과나 업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하루 단위의 모든 기록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는 정보나 사실의 전달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그 정확성에 있어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를 먹지 않고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살아있다는 게 악한(evil) 것이고, 누군가나 무언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생존의 욕구' 대신에 '생명력'이나 '삶에 대한 열망'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같은 의미로 부장님의 '사기를 친다'는 말씀은 '먹고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을 잘 포장해왔다'는 말로 되새김해서 들으면 된다. 다만 그 '사기'나 '포장'의 유효 기간이 점점 짧아 진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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