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Good Night, and Good Luck

베노나 프로젝트(Venona Project)는 매카시즘의 확고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매카시즘에 대한 비난과 조롱에 화답하는 이들 중에는 아직도 베로나 프로젝트를 이유로 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증거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을 공격할 꺼리를 잡아서 기쁠 따름이다. 이런 식의 저열한 색깔론적 공격을 우리는 매카시즘이라고 부른다.

이 영화는 매카시즘에 대항한 언론인 머로우에 관한 영화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인 머로우가 매카시즘에 대항해 싸운 기록을 영화화한 것이다. 주인공보다는 양심과 정의감에서 비롯된 행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문장의 주어인 머로우를 그의 뉴스쇼 스탭들과 바꿔치기해도 괜찮을 것이다.

1950년대 초, 초선 상원의원인 조셉 매카시는 정부와 군대에 소련의 스파이가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조사위를 꾸려 용의자들을 잡아들이고, 직장에서 해고당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과거 공산주의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밀고하도록 부추겼다. 증거도 없이 많은 이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탄압을 받았던 이 사건은 4년 간 진행되었다. 심지어 매카시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루만과 아이젠하워 정부까지 공산주의의 주구로 밀어붙였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매카시와 같은 공화당 정부였다!)

54년, CBS의 진행자인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우의 프로그램은 증거도 없는 매카시의 주장과 비일관성을 공격했고, 결국 그 해 말, 미 상원은 매카시 의원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매카시는 상원에서의 임기를 모두 채웠고 소수파로 남아 계속해서 공산주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적 암흑 시기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을 다뤘던 언론인 머로우와 그의 뉴스쇼 스탭들은 매카시로부터의 비난과 광고주들로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았다. 누군가 정당한 이유없이 탄압받고 있을 때의 중립은 결국 탄압의 폭력에 가세하는 것과 동일할 따름이다. 머로우는 스스로 공산주의자라는 매카시의 직접적인 비난을 감수해가며 끝까지 매카시의 공허한 주장을 반박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어내고 탄압을 멈추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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