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구입에 대해
어제 네비게이션을 주문했습니다. 원래는 SLR클럽에서 중고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판매자가 아쉬운지 판매를 취소했더군요. 그래서 신품으로 질렀습니다.
사실 아래 글의 댓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가 운전을 주로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네비게이션이 필요한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 번 갔던 길은 상당히 잘 기억하는 편이라서 네비게이션이 필요가 없습니다만, 와이프가 사용하고 싶어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길눈이 밝다는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와이프가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제품을 사야 한다는 원칙으로 제품을 조사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일단 네비게이션은 몇 가지 컴퍼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단말기
2) GPS 수신기
3) 지도
4) 네비게이션 S/W
5) 차량용 거치대 및 시거잭
단말기는 PDA형태나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를 말하는 건데, 사실 PMP처럼 잡다하게 여러 기능이 들어가는 장치만 아니라면야 PDA나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PDA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부속품을 가지고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히 틀린 게 아니거든요.
얼마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PMP인 v43의 확장 모듈 중에는 네비킷도 있었는데 이것에 대한 사용자 불만이 심하더군요. 오드아이 P11n을 빼고는 현재까지는 검증된 PMP+네비 셋이 없습니다.
GPS 수신기는 PDA로 네비게이션을 구성하려는 경우에는 따로 구입해야 하고,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의 경우에는 하드웨어에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PDA로 구성하는 경우
PDA + GPS 수신기 + S/W(맵과 네비 프로그램) + 거치대
* GPS 수신기와 거치대가 일체형인 것도 상당수 됩니다.
2)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로 구성하는 경우
전용 네비게이션 장치 + 거치대
그러니까 1번의 경우에는 구성하기가 번거롭기도 하며, 이미 PD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매력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격이 싼 중고 PDA 네비 셋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나 워낙 많은 PDA 네비 셋이 판매가 되었고 PDA가 고가라서 안 쓰고 썩혀두기도 아깝고 PDA 매니아들이 중고거래에 능한 탓에, 중고 시장에 많은 물품이 나와 있어서 구매의 폭이 넓습니다.
일반인에게는 2번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될 겁니다. 저도 이 쪽으로 무게를 두고 알아봤습니다.
네비게이션의 성능은 주로 수신율과 네비게이션 S/W 및 맵의 정확도에 달려 있습니다. 수신율이라는 것은 인공위성으로부터 오는 GPS 신호를 얼마나 잘 받느냐를 말하는 건데, 이게 좋지 못하면 신호를 잃어버려서 네비게이션 기능 자체가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는 도로나 숲길같은 곳에서 신호를 못 받을 수 있는 거죠. 이것은 GPS 신호를 수신하는 SiRF칩에 상당 부분 의존하며 SiRF칩으로 만든 수신기에도 일부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SiRF칩은 보통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이 SiRF II나 SiRF III를 채용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SiRF III 칩셋을 채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가의 제품 중에서는 아직까지 SiRF II 칩셋을 채용한 제품도 많은데, 같은 칩셋이라고 해도 수신율의 차이가 보이므로 실제 사용자들의 평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MITAC의 미오 138과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UP이 같은 SiRF II 칩셋을 사용했지만 후자의 경우 수신율이 문제가 되어 많은 사용자들의 A/S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 S/W와 맵은 명확하게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나비, 포켓나비, 맵피를 가장 좋은 S/W+맵으로 쳐주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다른 맵이 들어가 있는 제품은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히 ‘그 제품 제가 써봤는데 쓸만해요’라는 식의 평만 가지고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라면 당연히 아이나비와 맵피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맵은 제조사에서 라이센스를 가진 사용자에게 평생 무료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뭐, 여태까지 설명드린 이런 저런 구매 기준을 참고하여 여러 모델의 리뷰를 살펴보고 후보를 골랐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나비 UP: SiRF II, 30만원, 아이나비맵
아이나비 UP+: SiRF III, 40만원, 아이나비맵
미오 138: SiRF IIe, 25만원, 미오맵(맵피맵)
미오 C310: SiRF III, 30만원, 미오맵(맵피맵)
현실적으로 가격이라는 기준때문에 아이나비 UP+을 제외하고, 나머지 3 모델 중의 하나를 구입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었는데, UP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초기의 수신율 문제가 해결되었다지만 여전히 138에 비해 수신율이 좀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고, 138은 가격대 성능비가 좋고, 사용자들의 평도 호의적인데, SiRF II 칩셋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리더군요. 요즘은 SiRF III 칩셋을 채택한 제품들이 시장을 점유해가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이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선택한 모델은 C310입니다. 현재 신품 최저가가 29만원~30만원 정도 하니까 가격은 괜찮은 편이고, 가끔 네비가 오동작하는 사례도 보고되었지만, 어떤 네비게이션이든 오차때문에 삽질하는 경우는 존재하는 법이라서 그냥 전반적인 평을 보고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현재 제조사와 총판에서 A/S를 부실하게 제공하여 이런 점이 꺼려지는 구매자들이라면 좀 더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나비 UP+를 구입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네비게이션을 구입할 계획이 있던 분이 계시다면, 미오 씨리즈의 보상 판매 계획이 잡혀 있으므로 좀 더 기다렸다가 구입하시면 좀 더 싸게 구입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