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읽었다.
같은 일본 여성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색채와는 사뭇 다르다. 읽을 당시에는 상당히 건조하다고 느꼈던 바나나의 글에 비해서도 가오리의 글은 훨씬 하드보일드함에 가깝게 느껴졌다. 바나나의 글이 상대적으로 격정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특히 그 책의 실려있는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는 포인트를 잡지 못해 다시 읽었는데도 뭔가 놓친 듯 찝찝함이 남았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 무뎌지는 것일까, 내가 남자라서 여성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성적인 것, 사실관계가 분명히 밝혀지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적응하도록 교육받아온 탓인가?
미묘한 심리 묘사와 일상과 구분되지 않은-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삶의 배경이 이 책을 더욱 어렵게 느끼게 만든다.
동명의 단편 “울 준비는 되어 있다”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얼핏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의 가사처럼 그저 기괴하고 무의미한 메타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