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 연대기
새로 개관한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르 귄의 작품을 두 권 발견해서 대출을 했다.
그 중 한 권이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
책 안쪽에 저자의 서명이 보인다. 친필같기도 하고 인쇄같기도 하다.
여기에 덤으로 필립 K 딕의 단편집도 하나 빌렸다. 애초에 대출하고 싶었던 인문사회 서적은 예약이 되어 있어서 빌릴 수가 없었다.
읽다가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이 났다. 르 귄의 여러 작품에는 앤시블이라는 동시통신기가 온 우주에 흩어진 인류들을 묶어준다는 설정이 깔려있는데,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강렬했던 시간이 중력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이 기억나서 앤시블이라는 장치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점을 깨달았다.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르고 있는 두 지점에서 앤시블을 통해 통신을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은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반대 쪽은 주마등처럼 빠르게 플레이될 것이다. 이러면 사실 상 대화가 불가능할 게 뻔하다.
한 권, 두 권 읽다보니 국내에 번역된 어슐러 르 귄의 헤인 연대기 작품 중의 마지막 책까지 와 버렸다. 그 중에서 가장 백미인 작품은 “어둠의 왼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