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도
나는 당신 손의 화살입니다. 주님,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주님,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나를 힘껏 당겨주소서. 주님,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 니코스 카잔차키스 –
부러질 줄 알면서도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려는 변방의 지식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레타인의 강인함을 물려받았지만 무지몽매한 강인함이 아니라, 고뇌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지난 세기의 위대한 문인이다.
유럽의 변방 국가인 그리스인으로서, 그리스인이긴 하나 터어키의 오랜 압제를 겪어온 크레타섬 사람으로서, 또한 무장독립 열기가 충만한 크레타섬 사람이긴 하지만 문약할 수 밖에 없는 지식인으로서, 어느 곳에서도 주변인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글로써 크레타의 독립 운동에 앞장 섰다.
가끔 마음을 정하지 못해 방황할 때, '미칼레스 대장'이나 '영혼의 자서전'을 꺼내읽곤 한다. 부러진들 어떠한가. 신이 없으면 어떠한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간 영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잠시나마 살아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