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아랑훼즈 협주곡(Conceirto de Aranjuez); 아랑훼스, 아랑후에스, 아란후에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랑훼즈(혹은 아란후에스)는 인구 5만 남짓한 소도시이다. 아랑훼즈 궁궐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으로 인해 더욱 더 유명해졌다.

신혼 시절에 아랑훼즈에 머물렀던 로드리고는 맹인이었던 탓에 아랑훼즈 궁궐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서 받았던 인상을 간직하고 있다가, 스페인 내전을 피해 파리에 머무는 동안 아랑훼즈를 그리워하며 곡으로 남겼다.

이 곡은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희생된 무고한 생명들을 기리는 곡이면서, 또한 유산으로 첫번째 아기를 잃었던 절망감을 표현한 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협주곡에서 가장 유명한 두번째 악장은 화려함이 차마 몇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쓸쓸함으로 변해서 허공 속으로 사라져가는 느낌을 준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했던 스페인 왕실 궁궐의 화려함도 생명의 덧없음 앞에서는 색이 바래버리는 듯 하다. 곡은 느리게 시작해서 웅장하게 전개되다가 곧바로 쓸쓸하게 마무리되는 악절이 반복되다가 사그라든다.

이 곡은 마드리드 왕립악단원의 교수이자 기타 연주자인 데 라 마사에게 헌정되었는데, 기타 연주의 대가인 세고비아는 이 곡이 자신에게 헌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내고 앞으로 로드리고의 곡을 연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로드리고는 1954년에 대가를 존경하고 달래는 마음으로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Fantasia para un Gentilhombre)를 작곡하여 세고비아에게 헌정하게 된다.

로드리고와 그의 아내는 죽어서 아랑훼즈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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