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학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 시인은 인공 시절(한국 전쟁 당시 서울을 북한군이 점령했던 기간)에 작가동맹에서 일했다는 죄목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끌려간 적이 있다. 수용소에서 좌익도 아니고 우익도 아닌 회색분자로 지목되어 온갖 고초를 겪은 그는 평생동안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김수영은 초기에는 모더니즘이 가미된 서정시를 주로 쓰던 작가라서 좌익일 수도, 좌익이 될 수도 없었던 작가였지만, 한국 전쟁 때 좌익으로 분류되어 고초를 겪고 나서는 개인주의에 기반한 절대적 자유에 관심을 가지고 되고 50년대 이승만 정권의 부패상을 보고서는 정치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래서 60년대의 김수영은 참여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분류된다.

이 시는 4.19 혁명 즈음에 쓴 시로, 시의 내용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혁명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는 독재에 항거할 줄 알게 된 민초의 '정치적 눈 뜸(開眼)'에 감격했으나 4.19 혁명이 대통령의 하야만을 결과로 낸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자유당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국회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었고 장면이 이끄는 제 1 야당인 민주당조차 정치적 색깔은 자유당과 별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다른 지식인들보다 더 급진적으로 혁명을 넘어선 개인의 자유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혁명은 결국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혼란을 거쳐 정치적인 암흑으로 빠져들 것을 걱정했는데, 결국 그의 걱정대로 얼마 뒤 5.16 군사 쿠데타로 박정희 독재 정치가 시작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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