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학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따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호르헤가, 능히 악마의 대리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 나름의 진리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허위로 여겨지는 것과 몸을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르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을 두려워한 것은, 이 책이 능히 모든 진리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를 망령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해줄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무지나 오해는 죄가 아니지만 잘못된 생각을 고집하거나 그 위험성을 간과하는 것은 죄악이다. 무릇 과학이 아닌 것이라도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진리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 되기 쉽다.

여기서 과학적인 방법이란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절대자가 아닌 이상, 진리의 총체를 한번에 인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행착오를 거쳐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만이 존재할 뿐인데,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비과학적인 인식의 첫번째 단계인 '아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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