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지하철, 짜증난다.

어제 9시 쯤에 역삼역 스타타워에 들를 일이 있어서 평상시와는 달리 강남역으로 내려 가지 않고 역삼역쪽으로 올라갔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테헤란로는 역삼역 쪽이 강남역보다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역삼역 플랫폼으로 내려서자마자 그 후끈한 열기,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줄 서 있는 인파를 봐선 앞에 차가 지나간 지 최소 5분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가 도착한 이후에도 5분 가까이 차가 오지 않았다.

역삼역에 에어컨 틀어주지 않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찜통 속에 사람들이 기다리도록 만들었다면 지하철이라도 빨리 와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지하철이 도착해도 이미 만원인 상태에서 역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타게 되니 정말 지하철 안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비록 에어컨을 틀어주긴 했지만 그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어제는 특별히 저녁 시간 대에 전기장치 고장으로 지하철 2호선이 잠시 불통이었다는 소식을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서 전해 듣긴 했다. 그러나 퇴근 러시 아워가 한두 시간 지난 9시 쯤에는 지하철 배차 간격이 평상 시에도 5분을 넘는 것 같다. 아마 지하철 공사에서는 가능하면 배차 간격은 늘이고 사람은 꽉꽉 채워서 이익을 내고 싶어서 이렇게 배차하는 거겠지만 그것도 차량당 규정 인원이 있을 텐데 너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는 예전부터 지하철이 적자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세계 주요 도시들의 물가 수준 대비 10km당 운임비용은 세계의 여타 대도시들을 제치고 서울이 굉장히 비싼 쪽에 든다는 연구보고가 있는 걸로 봐서는 지하철공사 측의 엄살이라도 봐도 무난하다. 물론 연료비는 그 나라의 물가보다는 세계적인 유가에 더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지하철공사는 얼마 전에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여론을 이끌기 위해 공사 노조원들의 평균연봉을 까놓고 빈정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수입과 지출 내역을 상세히 밝혀서 어떻게 지하철을 운영하는지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공평하지 않을까?

나같은 경우에는 회사는 2호선 강남역 근처이고 집은 1호선 개봉역 근처이기 때문에 너무 멀고 막히는 구간이라서 버스 노선은 이용할 엄두를 못 내고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하철이 고장이라도 나거나(기다렸다 늦게 가도 되지만), 에어컨을 안 틀어준다거나 하면(내가 더위를 덜 타는 편이긴 하지만)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누군가 내게 이런 불편함이 짜증나면 지하철 타지 말라고 말할까봐 두렵다. 내게는 대안이 없거든…

서울시장이나 지하철공사의 사장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늘상 타고 다녀봐야 서민들의 고통을 알 것이다. 전속 운전기사가 대신 몰아주는 비싼 자가용이나 타고 다닐 인간들이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참아야 하고 덥고 끈적끈적해도 부대끼며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 가격은 자기들 마음대로 올리기나 하고…

서민들이 죽어나야 경제가 살아나고, 서민들의 의식주를 가지고 장난쳐서 가진 자들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의 나라일까?

댓글 2개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