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인어공주 이야기
출처를 알지 못해서 그냥 올립니다. 원작자분께 양해드립니다.
<< 인어 공주 >>
막이 오르면 아이들 10 여 명이 둘러 앉아 있고 장난감이 널려 있다. 유치원 교실이다. 무대 오른쪽에서 선생님(女. 26세)이 등장한다. 굵게 웨이브한 머리를 뒤로 올려 묶고 하얀 앞치마를 둘렀다.
선생님 : 별님반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이들 : (일제히) 안녕하세요~
선생님 : 오늘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아이 1 : 선생님 이야기는 너무 시시해요. 매일 백설공주랑 신데렐라잖아요. 액션스펙터클서사시로 해주세요.
선생님 : (식은땀을 흘리며) 아.. 알았어요. 오늘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아이 2 : 인어 공주 이야기는 안델센 버전인가요? 아니면 디즈니판 애니메이션 버전인가요?
선생님 : (앞치마로 땀을 닦으며) 착한 어린이는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예요. 조용히 선생님 얘기 들어야죠.
아이 7 : 그렇게 선량함이라는 굴종적이고 독단적인 편견을 강요당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선생님 : (얼굴이 붉어지며) 아, 알겠어요. 어쨌든 재미있는 인어공주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아이들 : (기대 반 의심 반인 표정으로) 네~
선생님 : 옛날 아주 옛날 깊고 깊은 바다 속에 인어들이 살고 있었어요.
아이 3 : 거기서 인어란 듀우공이나 돌고래를 선원들이 착각한 존재인가요. 아니면 고기를 먹으면 800년을 산다는 일본 인어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물귀신인가요. 그러고 보니 판타지 소설에 가끔 나오는 인어도 있군요.
선생님 :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마음 착한 어린이들만 믿는 동화에 나오는 인어예요. 착한 어린이들만 아는 인어. (잠시 의기양양해 한다.)
아이 2 : 에이 그건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잖아요. 아이 식상해라.
선생님 : (다시 앞치마로 땀을 닦는다.) 알겠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지금! (목청을 가다듬으며) 깊은 바다는 수레국화처럼 푸르고 맑았어요. 바다 속에는 인어 임금님이 다스리는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어요.
아이 4 : 인어 임금님이라면 인어나라는 왕국인가요? 그렇다면 전제군주국인가요 아니면 입헌군주국인가요.
선생님 :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임금님에게는 일곱명의 공주가 있었어요. 공주들은 모두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막내 공주가 가장 예뻤어요.
아이 4 : 막내에게 비중을 두는 것을 보니 몽골처럼 막내에게 상속하는 제도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선생님 : (여전히 개무시로 일관하며) 공주들은 바닷속 왕궁에서 아무 아쉬움 없이 살고 있었어요.
아이 2 : 공주만 있어도 왕위 계승에는 지장이 없나보네요. 거 뭐더라. 7년 전쟁이 무슨 전범 때문에 일어났다는…
선생님 : (무시무시한 눈으로 아이 2를 노려보며) 공주들에게는 열다섯 살이 되는 생일날 바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아이 5 : (구슬기 흉내를 내며 춤을 춘다)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예요~ 장미 스무송이 내게 줘요.
선생님 : (아이 5의 어깨를 눌러 주저앉히며) 막내 공주는 열 다섯살이 되는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아이 1 : 선생님. 인어 사회에서는 아이덴티티가 중시되지 않나요? 어째서 첫째 둘째 막내공주 식인가요? 끝순이인가요?
선생님 :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공주의 이름은 에이리얼이었어요.
아이 3 : (아이 2의 귀에 소근댄다.) 거봐 디즈니 판이라니까.
선생님 : 공주들은 왕궁 정원에 각각 꽃밭을 가꿀 수 있었어요. 언니 공주들은 바닷속 풍경을 아름답게 꾸몄지만 막내 공주는 둥글고 붉은 원만을 만들었어요.
아이 6 : 그건 일장기잖아요. 안데르센이 언제부터 친일파였죠?
선생님 : 그게 아니고 붉은 해를 나타낸 것이었어요. (다소 평정을 찾은 듯) 어느덧 시간은 흘러 막내 공주는 열다섯살이 되었어요. 공주는 어여쁘게 치장을 하고 바다 위로 올라갔어요. 마침 바다 위에는 커다란 배 한 척이 떠 있었어요.
아이 3 : 배에 레이더도 없나?
선생님 : (화사하게 웃으며) 옛날 아주 옛날이라고 했잖아요. 어쨌든 인어공주는 처음 보는 배를 보고는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리고 갑판을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운 왕자가 서 있었어요. 왕자의 눈은 자수정의 보라색, 머리카락은 금실같이 반짝이고..
아이 4 :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선생님도 사대주의적 미인관에 빠져 계시는군요. 거기다 백인우월주의까지.
선생님 : (정말이지 울고 싶다. 간신히 목소리를 추스르며) 그건 안데르센이 당시 백인들 밖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어쨌든 왕자는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막내 공주는 그만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어요.
아이 3 : 아름다움은 SKIN DEEP 이라는 말도 모르나?
선생님 : (못들은 척) 공주는 계속 왕자를 쳐다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풍랑이 불어왔어요. 배는 마구 흔들리다가 그만 침몰하고 말았어요.
아이 6 : 그러게 제때 제때 정비도 하고 리콜도 받아야지.
선생님 : 하~ 하~ 하~ 공주는 재빨리 물에 빠진 왕자를 구해 해변에 내려 놓았어요. 그리고 왕자를 자세히 보았어요. 왕자는 정말이지 아름다웠어요. 공주는 왕자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어요.
아이 7 :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빌미로 스토킹에 성희롱까지 해도 되는 것인가요?
선생님 : (마구 머리를 흔들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주는 왕자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왕자가 눈을 뜨려고 할 때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공주는 놀라서 재빨리 바닷속으로 숨어버렸어요. 나타난 사람들은 아주 에쁜 아가씨 하나와 시녀들이었어요. 아가씨는 이웃나라 공주였던 거예요. 이웃나라 공주는 왕자를 보고 놀라서 흔들어 깨웠어요.
아이 5 : 응급조치 상식도 없네. 기절한 사람을 흔들면 척추나 경추에 무리가 간다는 것도 모르나?
선생님 : (아이 5를 때려 주고 싶지만 간신히 참으며 웃음짓는다) 아이 참 똑똑한 학생이예요. 하지만 선생님이 이야기 할 때는 조금 참았다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아이 2 :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를 박탈하고 계시는군요.
선생님 : (마구 무시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막내 공주는 바닷속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마녀와 거래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는 대신 사람의 다리를 받아서 육지로 올라갔어요.
아이 3 : 역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의존적 여성의 전형이라니까.
선생님 : (계속 무시하며) 다행히 인어공주는 왕자의 눈에 띄어 궁궐에 들어갔어요. 왕자는 인어공주를 이쁜이라고 부르며 귀여워해 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아이들 : (일제히 노래한다) Kiss the Girl~
선생님 : 그러던 어느날. 왕국의 무도회에 이웃나라의 공주가 참석했어요. 그리고 왕자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 이웃나라 공주인줄만 알고 이웃나라 공주에게 청혼했어요.
아이 3 : 그러게 남자란 믿을 게 못된다니까.
선생님 : 맞아요 맞는 말이예요. (주먹을 불끈 쥔다) 남자는 절대 믿을 게 못돼요.
아이 4 : (혀를 차며) 사적인 감정을 교육에 개입시키시면 안되는 것 아닐까요?
선생님 : (당황하며) 그.. 그렇군요. 어쨌거나 인어공주는 너무나 슬펐어요. 그도 그럴 것이 마녀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했거든요.
아이 5 : 대표적인 불공정계약이네. 그런 건 제소하면 거의 승소할 텐데.
선생님 : 재판이 얼마나 오래걸리는데 그래요? 왕자의 결혼식 날이었는데 다음 날이면 공주는 물거품이 되는 거예요. (반격의 결의를 다진 듯 눈을 빛낸다) 그 때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주고 특수 단검을 얻어왔어요. 이 단검으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서 그 피를 다리에 바르면 다시 인어의 꼬리로 돌아온다는 것이었어요.
아이 1 : 검술 실력이 상당해야겠는데요?
선생님 : 공주는 단검을 쥐고 왕자의 침실로 갔어요. 왕자는 새 신부와 함께 단잠에 빠져 있었어요.
아이 8 : 어머 에로 비디오네요. 옷은 입고 있었어요?
선생님 : 결혼식이 오래 걸려서 피곤했는지 옷은 입고 있었어요.
아이 3 : 호오.. 선생님 제법 발전하셨는데요.
선생님 : 인어공주는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속 망설였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왕자의 심장을 찌를 수는 없었어요. 결국 공주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아이 7 : 에이 시시해.
아이들 : (입을 모아) 맞아 맞아.
선생님 : (갑자기 악마같은 웃음을 지으며) 그러나.. 그걸로 끝나버린다면 너무 시시한 일. 인어 공주에겐 사실 약혼자가 있었어요.
아이들 :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눈을 빛내며 선생님 주위로 바싹 다가든다)
선생님 : 약혼자는 이웃 바다 왕자로 역시 너무너무 잘 생긴 왕자였어요. 짙은 청록색 머리카락에 짙푸른 눈동자, 약간 가무잡잡한 살결.. 아무튼 바닷속에서는 최고의 미남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왕자였어요. 그런데 약혼녀가 배신을 하다 못해 그나마 제대로 남자라도 꿰 찼으면 눈물을 흘리며 행복이라도 빌어주련만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소식을 듣자 인어왕자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내 눈에 눈물 나게 한 놈 제 눈에는 피눈물 안 날 줄 알아'하고 외치며 인어왕자는 마녀를 찾아갔어요. 인어공주를 배신한 왕자의 신부를 자신의 매력으로 유혹하기로 한 것이죠. 사실 성숙한 여인의 눈에는 인어왕자가 훨씬 더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답니다. 인어왕자는 인어공주처럼 바보같은 불공정계약을 맺는 대신 마녀를 협박하여 아무 조건 없이 인간의 다리를 얻었답니다. 그리하여 인어 왕자는 육지 왕자가 사는 왕궁으로 찾아갔어요. 인어왕자의 준수한 외모와 왕자다운 기품, 늠름한 모습등은 삽시간에 왕궁을 들끓게 만들었어요.
아이들 : (흥미진진하다)
선생님 : 육지 왕자의 부인이 된 이웃나라 공주도 마찬가지였어요. 남자로서의 중요한 기능이 그다지 왕성하지 못한 왕자에게 그동안 불만을 느껴왔던 거예요.
아이들 : 그래서요?
선생님 :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아이들 : ??
선생님 : 그런데 공주도 왕자에게 홀딱 빠져버렸지만 육지 왕자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인어공주의 일이나 부실한 자신의 정력 등을 한탄하며 괴로와하고 있던 중 인어 왕자의 카리스마와 멋진 육체에 반해버리고 만 것이에요. 거기다 인어 왕자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누라 유혹해서 뺏는 것보다는 왕자를 H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이 더 큰 복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이 6 : A 빼고 B 건너뛰고 빨리 C 로 가세요.
아이들 : 맞아 맞아.
선생님 : 여러분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 왕자는 키스에 페팅을 거쳐 헤비 페팅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아이들 : (두근두근)
선생님 : 그리하여.. 두 사람은 마침내 C의 단계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어요.
아이들 : (노골적으로 눈을 빛낸다)
선생님 : 목욕제계하고 먹힐 준비를 마치고 바들바들 떨며 침대에 누워 있는 육지 왕자에게 인어 왕자는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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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빨리 알 안 낳고.”
물고기들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댓글 5개
Rushlight
ㅍㅎㅎ~~ 정말 잼있네요,, 마지막 읽기전까지^^; 글구 퍼 갑니다.
카리스마 박
하하… 마지막엔 코미디로 바뀌어 버렸네요. ^^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mein vogel
^^;;;
껌
하하ㅡ 이거 재미있지요. -ㅂ-
가짜집시
어 재밌네요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