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컴퓨터와 인터넷

세벌식에 대하여

LikeJazz님 – 세벌식을 아시나요?
제닉스님 – 세벌식 자판을 사용합시다.
골빈해커님 – 해코군은 세벌식 사용자입니다.
농우님 – 세벌식자판 스티커 신청해놓고
아크몬드님 –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군요

이런 글일수록 트랙백 걸어서 블로고스피어 상에 퍼지도록 하여, 네티즌들에게 세벌식이 전파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95년 여름방학에 그전까지 7년 넘게 익혀왔던 두벌식을 과감히 버리고 세벌식으로 전향했습니다. 두벌식이라고 썩 잘치는 것도 아니었지만 수백 타는 가뿐히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세벌식으로 바꾸니 첫 한 달 동안은 30타도 안 나오더군요. 방학 내내 친구들의 비웃음을 사며 세벌식으로 자판을 봐가며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방학이 끝난 후, 저는 순식간에 300타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아니, 타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타이핑을 즐기는 정신적인 쾌락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미친 듯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간판을 따라 읽으며 손가락을 놀려댔을 정도니 그 즐거움을 말로 설명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지금도 제가 타이핑하는 걸 보면 주위 사람들은 마치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이 리듬감있게 친다고 합니다. 아마 세벌식이 초성-중성-종성을 오른손부터 왼손으로 흐르듯이 치도록 되어 있는 방식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이게 바로 세벌식이 두벌식에 비해서 가지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방향성을 가지고 리듬에 맞춰 자판을 칠 수 있기 때문에 손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한 번 익히면 타이핑이 즐거워집니다.

제가 한국 IT 역사에서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의 한 분이 바로 공병우 박사님이십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 분 기사가 나면 신문을 오려다가 공책에 스크랩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 배울 때는 세벌식 최종 버전으로 배운 것 같은데, 유닉스 환경에서 주로 일을 하다보니 한텀(hanterm)의 390 버전이 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앞으로 최종 버전으로 다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벌식을 익힌 일에 대해서는 후회 한 점 없고, 좋은 습관을 들여 오히려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댓글 8개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