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을 보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물질적인 풍요가 얼마나 빈약한 토대 위에 마련된 것인지 심히 걱정이 들었다. 대공황에 짓눌린 개인의 삶은 너무나 처참하여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영화를 보는 게 그저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가슴이 몹시 쓰라렸다.
국가 전체의 경제가 무너져내린 후의 개인의 삶은 기초적인 의식주의 자급 및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는 직장이라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만족시는 것조차 버거운 수준이 된다. 왜곡된 경제 상황 하에서 일정하게 생산되는 부는 어디에 축적되는 것일까?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일반 대중의 주머니가 아닌 것은 뻔하니 정치와 경제를 틀어쥔 일부 계층의 곳간에 쌓이고 있을 게 뻔하다.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라고 넘겨버릴 수 있을까? 세계화의 파고는 다시금 우리의 가계를 위협하고 있고, 부의 양극화와 그로부터 비롯된 교육 수준의 차이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결국 계급 사이에 두꺼운 유리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용직으로 바뀌고 있고, 자본은 실질 가치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금융 가치를 자가 증식시키는 곳으로만 흘러들어가고 있다.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모든 국민이 ‘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지만 국가가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사회 안전장치는 유명무실하다. ‘자전거 도둑’의 끔찍한 상황이 순식간에 찾아와 바로 내가 그런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FTA를 비롯하여 앞으로 체결될 다른 나라와의 FTA가 우리에게 부와 국제적 경쟁력을 가져다 줄 지, 아니면 국가 또는 개인 경제의 파탄을 가져다 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