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Go와 박치기

두 편의 비슷한 일본영화를 보았다.

Go!와 박치기

두 영화는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모두 “자이니치”(재일 한국인과 조선인을 총칭) 젊은이들의 고뇌를 다룬 영화이며, 성장 영화이며 또한 풋풋한 사랑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친구의 죽음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는 점도 닮아 있다.

그러나 두 영화는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르다.

Go!는 진지하고 다소 냉철한 어조로 자이니치를 자각하는 젊은이의 고뇌를 이야기한다. 친구의 죽음에도 결코 감정이 끓어오르지 않는다.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배우는 권투도 자이니치 신분의 굴레를 깨버리려는 의지의 상징일 따름이다.

반면에 박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긴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여러 가지 시대정신이 묻어나는 페이소스가 엿보인다. 68 전공투나 히피 문화, 자이니치 문제, 노래 “임진강”은 우스개나 가벼운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의 소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시대 상황에 이어주는 촉매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점이, 임진강이라는 노래(북한노래)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내용인데 한국인인 내가 모르고 있었다니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게다가 최소한 이웃 나라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사회적 포용력만큼은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성숙한 게 아닌가 싶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모르고 있는 자이니치 문제. 한국 내의 자이니치에 대한 인식은 “조총련”에 가깝겠지만 실제로는 경남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한국 국적자가 7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일본 내 차별로 인해, 그들은 한국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닌 일본 내 소수자로 남게 되었다. 국적이라는 것,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것,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의 어설픈 국가주의/민족주의적 감상이 그들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댓글 2개

  • millos

    개인적으로 박치기는 너무 어려운 영화…
    영화 대사의 90% 이상이 모두 사투리…알아듣기 너무 힘들었음.. ㅠ.ㅠ
    그나마 내가 관심있었던 지역의 사투리이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영화 못 볼 뻔했었음…
    아직도 일본어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았음…
    이대로 가면…스페인어는 언제 시작한담…..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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