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예비군 동원 훈련 다녀오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포천으로 동원훈련갔었다.

역시나 예비군 훈련은 특별히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도 붙잡혀 시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적 구속감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예비군은 자도 자도 졸립다’라는 농담이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식사의 질은 형편없어서 논산훈련소의 식사가 훨씬 나았던 것 같았다. 우리 내무실을 담당했던 현역 기간병들도 맛이 없다고 할 정도니…

첫날 밤에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 현역들을 체육관으로 몰아넣고 예비군들은 막사에서 재웠는데, 난 막사 내 잠자리가 협소한 관계로 현역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잤다. 더운 데도 불구하고 모기가 많아서 이불을 꽁꽁 싸덮고 잤다. 게다가 불침번 서는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 잠들지 못한 최악의 밤이 되었다.

둘째날 밤에는 천막 안에서 잤는데 그럭저럭 시원하게 잘 수 있었지만 잠이 안 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마 낮잠을 많이 자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한 건 사격 뿐이었는데, 자꾸 방탄모가 흘러내려 눈을 가리는 터에 제대로 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안 보이는 채로 대충 갈겨댔는데 9발 중 6발이 표적지에 맞았고, 그 중 2발은 명중했다. @_@

수요일 아침부터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밥도 안 먹고 교육도 없어서 뒹굴거리다가 퇴소했다. 경기 북부지역에 호우주의보니, 호우경보니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닥쳐오고 있었는데, 향방작계 6시간 교육 받은 게 있어서 수요일 아침에 남들보다 일찍 퇴소했다. 의정부에서 도봉산역으로 가는 도중에 하천이 범람하여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는데 대형 버스를 타고 있었기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후에 퇴소했더라면 집에 오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시에 퇴소한 다른 사람들은 집에 올 수나 있었을까?)

친구들은 모두 예비군이 끝나서 민방위인데, 석사 졸업 후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로 대체 복무를 한 탓에 이제 예비군 시작이다. 덕분에 예비군 훈련 받으러 가면 주위 사람들이랑 할 이야기가 없다. 뭐, 현역복무를 하지 않았으니 응분의 댓가라고 생각해야지.

한 가지 수확이라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갑인 분을 만났다는 것이다. 다음 소집 때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있어서 갑갑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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