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좋은 청주 고르는 법

일본에 사케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청주가 있다.

그러나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는 청주는 대부분 사케와 유사하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우리 전통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사케를 마시는 꼴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청주로 백화수복이나 청하를 꼽을 수 있는데, 성분 표시를 살펴보면 “주정(酒精)“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정”은 식용 에탄올인데, 발효시킨 청주에 물을 타서 양을 늘리고 도수를 맞추기 위해 주정을 탄다. 이러면 에탄올 특유의 방향과 쓴맛이 나서 이걸 감추기 위해 “아스파탐”이라는 첨가제를 타게 된다. “아스파탐”은 막걸리와 청주를 비롯한 저가 술에서 많이 사용하는 첨가제이다.

이렇게 물을 타서 만드는 청주를 “삼배주”, “삼배증주”라고 하는데 물을 2배 추가해서 3배로 양을 늘렸다는 의미이다. 법적 허용치가 2배까지라고 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청주의 성분표시를 살펴보니 대략 1:1 정도로 배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쥰마이슈(純米酒)를 제외한 보통의 사케와 마찬가지로 발효주에 물을 타고 주정을 섞고 아스파탐을 넣는 방식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청주는 순수하게 누룩만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전통주의 생산방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맛도 떨어진다.

사케와 전통 청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입국(粒麴)을 사용하였느냐에 있는데, 입국은 쌀알에 백국균을 씌워서 발효시키는 것이고 전통청주는 쌀가루로 덩이로 만들어 누룩발효를 시킨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주세법상 청주는 사케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야 인정이 되고 전통 누룩으로 만들게 되면 약주로 분류된다. 그래서 술 애호가들이 이런 잘못된 분류를 성토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중에서 널리 판매되는 한국식 사케나 전통 청주를 나열해본다.

백화수복이나 청하는 싸구려 사케이니 권하지 않는다.

가격 대 품질을 고려해본다면 전통 청주인 예담(차례주)이 가장 훌륭하다. 양이 좀 많아서 혼자 마시면 취하기 쉽다.
yedam

제법 괜찮은 전통 청주로 올라가면 백세주와 경주법주가 있다. 기존 삼배증주 방식으로 제조된 것은 “천수”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고 “경주법주” 브랜드는 배증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100ml 당 천 원 정도의 청주는 물을 타서 가격을 맞추는 대신에 원재료인 쌀에 전분이나 멥쌀을 섞어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화랑은 상당히 좋은 전통 청주이고 찹쌀을 원재료로 하기 때문에 깔끔한 맛을 낸다.

국향이나 설화라는 술도 있는데 한국식 이름을 달고 있을 뿐 전통 청주가 아니라 사케이다.

대략적인 시중 판매가는 다음과 같다.

마트 가격 (100ml 기준)
1) 백화수복, 청하: 500원 대
2) 예담 차례주: 600원 후반 ~ 700원 대
3) 백세주, 경주법주: 900원 이상
4) 화랑: 1500원 정도
5) 국향: 1200원 정도
6) 설화: 무려 3000원

100ml 당 가격이므로 실제 판매가는 작은 병 375ml인 경우 4배 정도, 큰 병 750ml 인 경우 7.5배로 계산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