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기록 #04 – 로마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로마에서의 첫날은 유럽에 도착했던지라 체력이 금새 바닥나서 겨우 포폴로 광장과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를 끝으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짠 일정 상으로는 두번째 날에 바티칸을 둘러보기로 되어있었지만 우리가 다소 늦게 일어나고 준비가 더뎌져서 바티칸은 다음 날로 미루고 시내 관광을 가기로 했다. 아침 출근하는 로마 시민들을 보니 10월이랍시고 단단히 겨울 옷차림들을 하고 있었는데, 나만 반팔차림으로 돌아다니려니 좀 뻘쭘했다. 아침에는 다소 쌀쌀했지만 오후에는 해가 나서 몹시 더웠기 때문에 현명한 예측을 했던 셈이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카부르역으로 가서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교회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산 피에트로'란 '성 베드로'를 지칭하는 것으로 로마 시내에 있는 빈콜리 교회와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바실리카 디 산 피에트로)이 산 피에트로 교회에 해당한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대학가 주변을 헤매다가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교회를 가까스로 찾았다. 이 교회는 베드로가 감옥에 갇혔을 때 그를 묶었던 쇠사슬(빈콜리)을 가져와 보관한 곳이다.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서 본 성당의 모습은 상당히 웅장했다.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이 남겨져 있다. 성당 내부는 너무 어두워서 도저히 촬영할 수가 없었다.
사진 왼쪽이 교회 건물이고 실제로 보면 상당히 높은 건물이다. 사람 키가 창살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대학 건물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과는 달리 건물 하나, 골목을 빠져 나오면 서점 하나, 까페 하나, 문구점을 겸한 편의점 하나 밖에 없었다. Ingegneria라는 말이 없었다면 대학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다시 교회 언덕을 내려오니 저 멀리 콜로세움이 보였다.
콜로세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검투사들이 경기를 벌인 원형 경기장이다. 이른 시각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콜로세움을 보러 와서 입장을 기다리며 긴 줄로 늘어서고 있었다. 콜로세움 입구를 촬영할 때는 오전 일찍이라 관광객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는데 순식간에 늘어나서 50여 미터 정도로 줄이 만들어졌다.
관광지마다 있는 기념품 판매상. 처음에는 한글로 된 안내 책자가 있다는 걸 보고 반가웠는데 그날 하루 종일 돌아다녀보니 한글로 된 책자가 흔했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소리겠지.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내의 서점에서 박물관 안내 책자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전혀 없었다. 서점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글로 된 책이 가장 먼저 품절되어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유럽 여행 상품의 큰 소비층으로 떠오른 셈이다. 게다가 영어가 짧으니 한글 책자는 필수가 아니겠는가.
로마 병사의 복장을 하고 건들건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찍는 걸 들키면 돈을 내라고 덤빌 게 뻔해서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몰래 찍었다. 예전에 아내가 유럽여행 갔을 때 이런 사람들한테 걸려서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다. ^^
콜로세움 바로 옆에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정적과 싸워 이긴 후 세운 개선문으로서 개선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두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방향을 기준으로 해서 오른쪽에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인 포로 로마노가 위치해 있고 왼쪽에는 팔라티노 언덕이 있다. 둘 다 고대 로마인들이 살았던 곳인데 귀족들이 팔라티노 언덕에 모여살게 되어 로마의 중심지가 포로 로마노에서 팔라티노 언덕으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여행 소개 책자에서 읽었다.
동료들이 콜로세움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동안 나는 개선문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 지쳐 개선문 앞 연석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 앉아 버렸다. 로마는 죄다 돌길로 되어 있어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발바닥이 무척이나 아팠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한 시간 가량 구경하고 나와서 우리는 개선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하나 찍고 포로 로마노 입구로 들어섰다.
포로 로마노의 입구에는 티투스 개선문이 서 있다. Arco di Tito라는 말은 티투스의 아치형 문을 뜻하는데 베스파시우스 황제의 아들 티투스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것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티투스 개선문을 들어서면 분지형태의 저지대가 있는데 이게 바로 고대 로마인들이 거주했던 포로 로마노이다. 개선문으로부터 포로 로마노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캄피돌리오 언덕까지의 길이 당시의 시내 중심가였으며, 포로 로마노는 로마 시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사진은 포로로마노에 들어서서 뒤돌아 티투스 개선문을 촬영한 것이다.
포로 로마노의 유적들은 큰 건물을 제외한 일반 주택은 모두 허물어져서 그 흔적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신전과 카이사르 신전, 원로원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많이 훼손되지 않고 그 거대한 위용을 여전히 자랑하고 있었다.
카이사르 신전
원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