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기록 #02 – 로마 포폴로 광장
우리는 로마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지르며 구경하기로 했다.
테르미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처음으로 간 곳은 바로 포폴로 광장이었다. 서울로 치면 북대문(?) 쯤 되는 게 바로 포폴로 광장의 포폴로문이다. 이 문의 바깥쪽은 플라미니오 광장이고 안쪽은 포폴로 광장이다. 플라미니오 광장은 도로 중앙에 있어서 광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플라미니오 광장에서 바라본 포폴로문이다.
포폴로문 옆에는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과 아우구스티노 수도원이 있는데, 아우구스티노 수도원은 종교 개혁을 이끌었던 마르틴 루터가 머물렀던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포폴로 광장에서 남쪽으로 뻗어나가는 세 갈래 길이 로마 시내를 관통하는 큰 길이 된다. 왼쪽부터 바뷔노 거리, 코르소 거리, 리페타 거리이고, 바뷔노 거리는 스페인 광장 쪽으로 나 있고, 코르소 거리는 로마 시내의 중앙로라고 할 수 있는데 관청들이 밀집해있는 로마 중심부를 지나 시내 남쪽의 베네치아 광장에까지 이른다. 리페타 거리는 판테온 쪽으로 나 있다. 사진 중앙에 있는 첨탑을 오벨리스크라고 하는데, 이 오벨리스크 뒤의 두 개의 쌍동이 성당 사이의 길이 코르소 거리이다.
포폴로 광장 동쪽에는 핀치오 언덕이 있어서 포폴로 광장을 내려다보기 좋다. 원래 포폴로 광장에는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데 우리가 갔던 10월에는 보수 공사 중이어서 실체를 볼 수는 없었다. 로마 시내에는 현대식 건물은 거의 보이질 않고 전통 양식의 건물만 보이는데, 그러다보니 보수 공사 중인 건물이나 유적이 좀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보수 공사 중인 건물의 경우에는 본래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인쇄해서 관광객들이 험한 꼴을 보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공사 현장은 주로 건설시공사의 브랜드 로고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파라오 미이라 모습을 한 사람이 있어서 처음에는 공사하는 중이라서 대신 그거라도 보라고 나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후 흔하게 보게 되는 거리 행위 예술가들이었다. 나중에는 아주 지겹게 만나게 되어 이쪽에서 먼저 슬슬 피하곤 했다. 물론 돈을 요구하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주로 우리같은 어리버리한 동양 관광객들을 상대로 삥을 뜯는다고 하던데 나는 아예 가까이 다가가질 않았다.
별로 볼 것 없는 포폴로 광장에서 약간 실망을 한 우리는 스페인 광장을 두번째 목표지점으로 정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 갈래 길 중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바뷔노 거리를 따라 약 1~2km 정도 걸으면 스페인 광장이 나온다. 길이 상당히 좁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타는 차는 대체적으로 작고 아담한 스타일이라서 길이 좁아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 것 같았다. 좁은 길에서 쌩쌩 달리다가도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을 보면 순간적으로 차를 잘 멈추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