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을 위한 변명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PDA용 날씨 정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매일 주간 날씨를 확인하곤 하는데, 별로 틀리는 날이 없다. 오늘 비가 온다는 사실을 이미 화요일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상청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은 굉장하다. 어쩌다 당일에야 겨우 변경되는 예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이들일수록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한반도 전체적인 기상 상태는 관측이나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확도를 가질 수 있지만, 국지성 강우에 대해서는 수퍼컴퓨터의 할아버지라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법이다. 날씨와 같은 자연현상은 나비효과로 유명한 카오스이론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카오스이론이란 초기 상태의 약간의 차이가 최종 상태에서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날씨라는 현상을 결정짓는 수많은 요소들의 미묘한 변화가 한여름 제주도 서귀포시에 눈이 오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와 전자 수준에서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날씨같은 큰 차원의 문제에 있어서는 수퍼컴퓨터조차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는 아주 짧은 기간(3일 이내)에 대해서만 일정 수준의 정확도로 예측가능한 날씨 정보를 컴퓨터로부터 얻을 수 있을 뿐이다. 10일 후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비가 올 지를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미국의 루이지애나를 강타한 태풍 리타에 대해서도 미국의 기상청이라 할 수 있는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조차 태풍이 루이지애나로 올 것은 예측했지만 그 규모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http://www.fcw.com/article90538-08-31-05-Web&RSS=yes)
날씨 예측을 위해서는 수퍼컴퓨터라는 하드웨어, 예측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상 관측 데이터, 이 3가지가 모두 필요한데, 수퍼컴퓨터를 아무리 최고의 제품을 쓰고 엄청난 양의 기상 관측 데이터를 가지더라도, 예측 모델이 훌륭하지 못하다면 날씨 예측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측 모델이라는 것도 결국 정확한 이론에 근거한 게 아니라 사람이 연구한 것을 모델링한 것뿐이므로 그 정확도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대단히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아마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대한 정확도를 놓고 따지자면 왜 무속인들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것일까? 정확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무속인이 있다면 그 사람을 기상예보관으로 임명해보는 건 어떨까?
과학적 근거없는 허황된 정보에 기대지 않는 것, 과학기술을 맹신하지 않는 것, 두 가지 모두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댓글 2개
입로
mentalese님의 블로그에서 님의 댓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어서요.
아래와 같이 쓰셨는데,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표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그게 강제력을 어떻게 가지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답변은 천천히 주셔도 되구요.
http://mentalese.net/blog/index.php?pl=264
아마 공부하시는 분이니까 아시겠지만, 기술 표준 쪽에서는 특허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저작권의 형태와 사용 방법이 변화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표준화가 진행되기 전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도록 강제하여 특허를 피해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일부의 이익보다는 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되고 있다고 봅니다. 언급하신 GPL도 그런 한 가지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구요.
Terzeron
표준화되지 못한 (기술) 상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외면되는지는 제가 설명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표준 자체의 권력이랄까, 그런 것이 표준화에 참여하는 업체로 하여금 표준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묵시적인 규칙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거죠. 물론 명문화된 규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건 제가 표준화에 참여하는 일을 하지 않는 터라 명확한 답변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질문의 요지가 강제하는 방법에 있는 것 같은데, 이거야 당연히 표준화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외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사후에 법적인 대응으로 처리할 수도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