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책과 문학

미래 예측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님의 “병목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를 읽고 생각난 게 몇 가지 있어서 남겨본다.

위 포스트를 요약하자면 여러 단계로 구성된 생산 라인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각 단계의 효율성을 높여도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병목이 생기는 경우에는 재공품이 늘어나긴 해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문제를 가진 것 같다. 두번째 경우에도 결국 재공품이 늘어난다는 말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과 동일하다.

오래 전에 팔아버린 책이라서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디트리히 되르너의 “선택의 논리학”에서 나온 공장 생산라인 실험에서는 재고 상황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미세하게 공정 가동률을 조절함으로써 가장 좋은 효율성을 낼 수 있었다.

반면에,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에서는 내재적인 동력이 거시적인 차원으로 증폭되어 창발적인 결과를 내기 때문에(카오스 이론) 미세한 조절도 결국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환경의 변화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큰 비율로 좁은 보폭의 인근 탐색을 하고, 적은 비율로 랜덤 점프를 통해 큰 변화에 대응해야 환경이 가혹하게 변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가지 실험 결과는 상호모순적이라기보다는 각각 미시적이냐 거시적이냐의 차이일 뿐인데, 공장장이나 생산라인 책임자라면 첫번째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주의 관찰 및 미세 조절 능력이 요구되지만, 기업 전체의 전략이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책임자라면 두번째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다양한 진화 이론(또는 유전자 알고리즘)적인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내 경우에는 공장에 비유하자면 아직 생산라인 책임자의 수준이지만 미세한 조절 능력에만 만족하지 않고 언제든지 랜덤 점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려고 한다. 최고 책임자라면 생산라인에서 올라오거나 시장의 변화가 주는 다양한 정보를 흘려듣지 않음으로써 효율적인 주위 점령 전술을 구사하고 국지적인 최적점을 탈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실 세계는 여러 변수가 개입하게 되어 초기 상태의 미묘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사실 상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상황을 관찰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준비한다면 환경 변화가 재앙으로 나타나더라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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