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여름 휴가 다녀오다

경주로 2박 3일 호텔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울릉도 여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부득불 급히 잡은 일정이라서 호텔 패키지의 장단점을 따져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호텔 패키지에 포함된 숙소가 하필이면 불국사 근처의 리조트나 유스호스텔, 하다못해 여관이거나 아니면 차라리 보문단지 근처의 호텔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불국사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골프장으로 유명한 코오롱 호텔이었던 게 문제였다. 그곳에 숙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골프치러 온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그런 분위기에 맞지 않아서 마치 입에 맞지 않는 고급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불편하기만 했다.

게다가 여행기간 동안 날씨가 뜨겁기만 해서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첫번째 날은 호텔 뒤쪽 인근 식당에 밥먹으러 잠깐 나갔다가 타죽는 줄 알았고, 두번째 날은 관성 해수욕장에 갔었는데 여기서도 뜨뜻한 해풍에 푹 익어버렸다. 호텔에서 해수욕장으로 차를 정기 운행하는데 다른 손님들은 없고 우리 둘만 타고 가게 되었다. 운전기사에게 좀 미안했다. 그날은 아예 김밥을 사가지고 돌아와서 호텔에서 먹었다. ^^

마지막날은 경주 시내 관광이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호텔에서 시내 관광을 하겠다고 예약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그래도 주로 보문단지 쪽에서 타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운전기사에게 미안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 전국적으로 가장 더운 날이어서 즐거워야 할 관광이 몹시 괴로웠다. 땀도 엄청 흘렸고… 오전에 불국사를 가장 먼저 들렀는데 그때 판단을 잘 해서 이후 관광지에서 하차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돈아깝다고 모든 코스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미련한 짓이었다. -_-;;

그나마 예전과는 달리 가이드의 재미있는 설명에 좀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사진을 찍을 때에도 그 설명을 기초로 하여 포인트를 잡아서 촬영했으니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제대로 찍었는지는 현상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가족들, 직장동료들을 위한 선물로 경주빵(황남빵)을 사가지고 왔는데 딱 일본풍의 만쥬-미니 단팥빵쯤 되는-였다. 몹시 달아서 만쥬를 좋아하는 나조차 별로였는데 직장동료들은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무려 60만원이나 든 고급 여행이면서 경주에서 흘린 땀이 한 바가지는 될 터이니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발품도 많이 팔았으니 쓸만한 사진 한 장이라도 건질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댓글 2개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