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학

요즘 보는 책 소개

동시에 4권을 읽고 있습니다.

1. 태백산맥 – 조정래

지난 달부터 10년을 기다려 온 태백산맥을 읽고 있습니다. 현재 7권째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즐겁습니다. 대학시절에 읽을까 했는데 분량도 많고 편협한 민족주의의 환상에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워서 잠시 보류한다는 게 10년 가까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그때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좀 더 성숙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진 나이에 읽게 되니 우리의 근대사에 대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2.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내 이름은 콘라드'를 읽고서 혹시 작가가 그리스출신인가하는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그리스신화와 SF를 제대로 결합시킨 작가적 역량에 놀라워했는데, '신들의 사회'를 보니 그리스신화 뿐이 아니군요. 인도 신화 + 불교 + SF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융합된 하나의 멋진 작품입니다. 석가모니 부처의 이야기나 인도 브라만교, 카스트 제도에 대해 이미 알 것 다 아는 상태인데도 SF적으로 재해석을 해내는 작가에게 계속 감탄을 하게 되는군요.

3. 전쟁 – 시오노 나나미

전 시오노 나나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로마인이야기를 절반 정도 읽어봤는데, 역사소설을 너무 상업적으로 편집하고 작가의 주관을 지나치게 개입시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가지게 될 위험성이 느껴집니다. (물론 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부담도 없진 않습니다.) 좀 더 사료에 근거해서 신중하게 썼더라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슷한 류로, 지난 번에 파트릭 랑보의 '전투'를 읽었는데 공쿠르상 수상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감흥이 오질 않더군요. 제가 프랑스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폴레옹 정권의 쇠락의 전조를 보여주며 전쟁이 대학살의 성격을 띠게 되는 역사적인 에슬링 전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태백산맥을 읽는 짬짬이 '전쟁'을 읽고 있습니다. 1권이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제가 잘 모르고 있던 중세 유럽과 중동의 역사을 배우게 되는군요.

4. 빼앗긴 자들 – 어슐라 르 귄

아주 조금 읽은 상태라서 전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왼손'에서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하는 작가라고 감동받았는데 '빼앗긴 자들' 또한 첫부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보기 드문 여성 SF작가답게 페미니즘과 사회현상을 잘 다루는 재주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성정치학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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