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론/촬영기법/편집/잡담

진동선의 '현대 사진의 쟁점'을 읽고

알라딘 책 정보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987310

진동선은 척박한 국내 사진 평론계를 이끌어가는 신예 평론가이다. 척박하다고 하는 이유는 90년대까지 사진 평론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진과 교수이며 프로 사진 작가이기도 한 이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는 점때문이며 또한 제대로 활성화된 사진 시장이 거의 없다보니 평론이 아카데미즘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즘과 상업성이라는 두 날개가 예술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Lomo LC-A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로모스타일이라는 로모 사용자 동호회에서 놀았고, 이후에는 DC인사이드에서 디지틀 카메라를 사겠다고 얼쩡해다가 결국에는 SLR클럽에서 수많은 사용기를 읽고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단단한 이론의 토대를 쌓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멋진 사진은 못 찍는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인터넷을 통해서 사진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그런데 평론가 진동선이 말하는 사진에는 내가 생각하는 '사진'은 없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 평론가는 사진을 예술과 상업, 단 두 가지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더군. 나같은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도 있는데 말이야. 그게 좀 아쉬웠다. 아마추어리즘이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행위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아마추어리즘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그도 별 수 없이 자기 밥그릇(사진 작품 거래의 활성화라고나 할까?)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뜻?

밀레니엄의 예술은 근현대 예술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 바로 아마추어 애호가들과 일반인들을 포함하는 저변의 확대를 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런지? 클래식으로서가 아닌 일반인들이 향유하는 대중 예술의 첨병 노릇이 21세기의 사진의 위상이 아닐까 싶다.(예술가가 아닌 아마추어의 개인적인 바램이다.)

사진이라는 걸 한다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한다는 뜻일까? 요즘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을 카메라 기자재에 투자했는데 내가 사진을 찍는 건지 카메라 사고팔기를 취미로 하는 건지 헷갈린다. 사진을 한다는 말은 재미로 사진을 찍어본다는 뜻일까, 사진으로 먹고산다는 뜻일까,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카메라로 사진에 관련된 이짓저짓을 다 해보고 있다는 뜻일까?

댓글 4개

  •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림으로 먹고 산다는 건가, 먹고 살기를 포기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가, 아니면 놀고 먹으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가…….. 나는 그림도 그리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은데……… ƒ‘흩ㅅ……

  • 바름하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인것 같습니다. 저또한 똑딱이 디카로 시작하고 있고 요즘은 slr클럽에서 눈도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한다는것은 참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에도 민감해지고 배울점도 많다 생각듭니다.. 전 천천히 제 느낌의 사진을 간직할려고 합니다. 사진으로 밥을 해결하지 않으니 그점에서는 자유롭지요.

  • Terzeron

    사진 한 3년 한 것 같은데… 그런 짓거리를 사진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제 완전히 길을 잃어서 뭘 찍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장비는 뭐… 갈 데까지 다 간 것 같은데 사진의 눈은 실명 위기입니다.

  • 음음….. 대학생이 되어서 고등학생 때보다 그림을 덜 그리는 것은 그만큼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겠죠. (인문계였거든요.) 음…… 그냥…. 테즈론님이 장비는 갈 데까지 다 간 것 같다고 말씀하시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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