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김성호를 ‘회상’하다.

고등학생 시절, 점심 시간에 교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웃는 여잔 다 이뻐’와 ‘회상’

김성호는 이름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가수였다. 아니,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가수로서보다는 작곡가로 더 유명한 뮤지션이었다.

재수 시절, 일찍 학원이 문을 닫은 어느 날, 나는 홀로 청계천 거리를 헤매다가 종로3가의 세일음향에 대뜸 들어가서는 가장 아래쪽에 진열되어 있는 테잎들을 살펴보다가 ‘김성호의 회상’을 발견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뮤지션의 좋은 앨범을 문득 마주쳐서 구할 수 있다는 행운이 내게도 찾아왔던 거다.

그 앨범을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김성호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노래를 어떤 때 자주 찾아 듣게 되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테지. 지금은 그 많던 테잎들을 모두 갖다 버려서 mp3로 받아놓은 몇개 히트곡 빼고는 들을 수 없게 되어 아쉽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눈을 보았지
하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어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멀어져가는 뒷모습 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지
나는 가슴 아팠어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한두 번 원망도 했었지만 좋은 사람이었어
하지만 부끄럽진 않아 너무 내 맘을 아프게 했지
서로 말없이 걷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이었어
너무 아쉬웠었어

김성호가 작곡하거나 직접 불렀던 노래들을 모아봤다. 나는 이런 식으로 김성호를 회상하며 또 내 어리숙했던 시절을 회상해본다. 좋은 노래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공감할만한 무언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 음악 링크는 모두 외부에 연결됨)

박준하 – 너를 처음 만난 그때김성호 – 회상

박영미 –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김성호 – 웃는 여잔 다 이뻐


박성신 – 한번만 더


김성호 –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김지연 – 찬바람이 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