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스 렌즈의 특성
콘탁스클럽에 올린 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요즘 짜이스 렌즈에 대한 의견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저도 한마디 올려봅니다. 제가 주력으로 쓰는 렌즈는 플라나 렌즈이고, 조나에 대한 경험은 T3를 통해 아주 약간 맛본 정도임을 감안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G렌즈는 약간 빌려서 써 본 정도이고, 기타, 테사나 예나 렌즈들은 아직 일관성있는 결과물을 얻지 못해 평을 내리기에는 경험이 부족하여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짜이스 렌즈는 채도가 높습니다. 물론 펜탁스 렌즈만은 못하다는 생각인데,전자가 채도가 높은 수채화라면 후자는 채도가 더 높은 유화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G 플라나 렌즈는 수채화에서 느끼는 그러한 종류의 투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채도는 흑백에서는 컨트래스트로 나타나게 되고 여타 렌즈에 비해 콘탁스 렌즈는 컨트래스트가 강한 특성을 보이게 됩니다. 이건 장점도 단점도 아닌 그저 특성일 뿐이며, 촬영 대상이 인물이냐 풍경이냐에 따라 저채도의 특성을 보이는 미놀타 렌즈가 더 적합할 수도, 밋밋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렌즈가 우세하냐를 따지기보다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그걸 잘 살릴 것인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면에 35mm에서 짜이스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는 라이카 렌즈를 살펴본다면 같은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에서조차 여러 변종이 있고 그것도 세대 별로 나뉘다보니 하나의 특성을 묶기는 다소 어렵습니다만, 라이카의 대표 렌즈인 주미크론을 보면 플라나보다는 해상력이 뛰어나며 플라나는 해상력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묘사가 일품이라고 느껴집니다.
물론 이런 특성은 일정 수준의 해상력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며 그저 상대적인 비교일 뿐입니다. 굳이 현행 렌즈를 놓고 본다면, G 렌즈와 주미크론의 경우에는 해상력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정도죠. 만약 질감 묘사를 의도한다면 주미크론이 선호될 것이며,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는 묘사를 의도한다면 플라나가 선호될 것입니다.
지난 세기 중반부터 이미 두 회사는 이종 교배식으로 서로의 특성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게 절대적인 것일 수도 없고 항상 그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닌 셈이죠. 게다가 플라나, 테사, 조나 렌즈는 거의 카메라 렌즈의 실제적 표준이 되다시피 해서 많은 일본 렌즈 제작사의 제품들은 짜이스 렌즈의 카피가 대부분입니다. 굳이 하나씩 열거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 렌즈 간의 5%도 안 되는 특성의 차이를 가지고 우열을 따지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얼마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이 되겠습니까…
다른 메이커의 렌즈를 쓰는 사용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콘탁스 렌즈는 다른 렌즈보다 좋다’는 표현보다는 “콘탁스의 묘사 스타일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는 표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사진을 찍는답시고 여러 메이커를 바꿈질해가면서 사용해왔는데, 점점 더 많이 알게 될수록 그 미묘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실력을 키우지 못해서 렌즈의 특성 운운하는 게 너무나 부끄러워집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플라나 85mm/1.4라는 렌즈의 특성을 배워가는 즐거움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