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보리밭’에 대한 추억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본관과 신관, 2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고 본관은 2,3학년이, 신관은 1학년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내가 2학년으로 올라가자 본관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음악실이 본관 꼭대기층 한쪽 끝에 있었다. 마침 내가 있는 반이 꼭대기층에 위치하다보니 음악수업이 있는 시간이면 선후배 동기들이 노래부르는 소릴 종종 듣곤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노래는 '보리밭'이다.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으로 시작하는 노래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우리 가곡이다. 그전까지는 몰랐던 노래였지만 수업시간 틈틈히 들려오는 소리에 익숙해지고 소리가 크게 들리는 일부분은 제법 따라부를 수 있었지만 전체 곡을 제대로 부를 줄은 몰랐다. 수업 시간에 이 노래를 들으면 수업에는 집중이 안 되고 자꾸 노래에만 신경이 쏠리곤 했다.

이 노래를 너무 좋아했지만 나한테는 인연이 없었던 듯, 2학년 시절을 보내고 3학년이 되어서도 교과서가 바뀐 탓이었는지 아니면 음악 선생님이 수업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는지 이 노래를 배우지 못하고 졸업하고 말았다.(하도 오래된 일이라서 내가 배웠는지 아닌지조차 확실한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다.)

호젓한 밤길을 걸어갈 때면 나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가끔은 내가 부르는 노래 말고 진짜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듣고 싶어서 몹시 아쉬웠던 때도 있었다.

가곡이라는 게, 학교에서 배우거나 가끔 라디오에서 흘려 들어서 귀에는 낯익어도 가요에 비해 공식적으로 자주 듣기는 어려운 법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러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편리함을 누리게 된 이후에나 '보리밭'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mp3로 구해서 쉽게 들을 수 있게 된 일은 저작권자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 기쁜 일이 되었다.

이 노래는 시인 박화목씨가 자신의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의 보리밭을 보며 가사를 짓고 한국전쟁 당시 작곡가 윤용하씨가 곡을 붙인 것이다. 이후 가수 문정선씨가 이 노래를 불러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고, 가수 조영남씨도 불렀는데 가곡적인 느낌과 가요의 편안함을 아우르는 버전으로 잘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합창이기 때문에 가수 개인이 부른 버전보다는 합창단이 부른 버전이 더 들을만하다.

이 노래는 마지막 구절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에서 절정을 이룬 채로 끝나는데 그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감동의 눈물이라도 나올 것처럼 느껴진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가곡 ‘보리밭’에 대한 추억에 대한 한 가지 생각

  1. 보리밭…이 노래는 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 시험문제이기도 하죠..^^ 최소한 가곡 몇 곡과 클래식 몇 곡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된다고 해서 수업시간마다 이론수업 한 이십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음악감상이라고 해서 엎드려서 음악을 듣도록 했는데..물론 학력고사와는 상관없는 과목이라 그 시간을 이용해 자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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