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약국, 이제는 약품점이라고 부르자

어제 점심에 회사 근처 약국에 들렀다. 눈에 다래끼가 생기려고 해서 눈이 뻑뻑한 감이 있어서 소염제를 사려고 했다.

약국에 가서 다래끼가 나려고 한다고 했더니만 아무 말 없이 약 2갑을 내놓더군. 살펴보니 하나는 2천원짜리 소염제, 또 하나는 3천원짜리 '배농폴리신'이라는 약이었다. 배농폴리신이라는 약이 뭔지 잘 몰라서 설명 부분을 읽어보니 건강보조식품이란다. 프로폴리스라는 영양물질을 약으로 만들었는데 허가가 건강식품으로 났을 뿐이라고 약사가 설명해주었다. 어쨌든 약이 아니지 않은가. 영양제일 뿐, 약효는 입증된 바 없는 셈이지.

소염제 하나 사먹으려고 했는데 굳이 2갑씩이나 사서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 부작용이 심하다고 핑계를 대고 소염제만 달랑 집어 들고 나왔다.

요즘 약국에 가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약달라고 하면 꼭 2갑, 3갑씩 꺼내놓고는 '빨리 나으려면 다 먹어야 한다'고 설명을 해준다. 환자들에게 빨리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은 거의 만병통치의 권능을 가진 주술처럼 들린다. 일단 몸이 아픈데, 빨리 낫는다는데 기껏 2,3천원이 뭐가 아까우랴.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약국의 농간이다.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를 먹는다고 빨리 낫는다? 정말? 요즘 평균적인 한국 사람들이 영양이 부족해서 병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이미 한국인은 영양섭취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왜 이리 필수가 아닌 약을 강매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의약분업이 원인일까 아니면 많이 늘어난 약국의 수가 지나친 경쟁을 초래해서 그렇게 된 것일까… 약국은 약을 조제하는 기능도 있지만 거의 기성품 약을 판매하는 소매점의 기능을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약국을 약품점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약은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독일 뿐이다. 이 점을 잊지 말자.

댓글 7개

  • 파파스머프

    며칠 전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갔다가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었죠.. 조제된 약을 지금 먹겠다고 했더니,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박카수 종류를 주더군요… 또한 비슷한 약을 찾으면 비싼 것 내주고, 이게 더 좋다고 하는데, 모르는 입장에선 웬지 속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요..

  • 택준

    수원에서 약국하는 약사임.
    다래끼에 쓰는 소염제는 혈관의 내외 소통을 잘 되게 해 주고 염증물질을 확산, 해독시키기 위해 필요.
    프로폴리스는 유일한 항바이러스 작용과 항생작용으로 다래끼를 일으킨 세균 등의 원인을 죽이기 위해 필요.
    당연히 잘 듣게 하려면 두 가지를 같이 써야 함.
    댁의 상식을 지식으로 승격시키지 말기를 바람.
    우연히 본 이 글에 기분이 몹시 상했으나 댁들의 건강을
    위해 한 마디.
    사고방식이 너무 까칠하면 고혈압약을 일찍 먹어야 할 것임.

  • terzeron

    그렇게 효능이 좋다면 의사는 왜 프로폴리스를 처방하거나 권해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눈다래끼가 아닌 다른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왜 그리 끼워팔기가 만연해있을까요?

    두통약 등의 상비약을 편의점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대한약사회의 로비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약국이 과연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기능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장삿속으로 운영되는지 명확히 드러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단순히 약학적 지식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국들이나 대한약사회의 마인드의 문제를 지적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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