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론/촬영기법/편집/잡담

간만의 스캔 후보정 삽질

얼마 전에 T3에 넣어서 촬영했던 후지 수퍼리아 200 필름을 현상해서 스캔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앞쪽 몇 컷은 저조도 하에서 촬영한 터라 밝기를 높이면 아기 피부가 시뻘겋게 나오고, 그렇다고 낮추면 까맣게 나오니 이래저래 조정하기가 어렵더군요. (네, 귀찮아서 그랬습니다. 컬러 밸런스가 깨진 원본을 RGB에서 인물 피부톤을 조정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CMYK모드에서 채널 조정해야죠.)

작업을 하다보니 뒷쪽 몇 컷은 시간도 좀 흐르고 주위 조명 상태도 좀 다른 상황에서 촬영한 걸로 나오는데, 마침 그레이카드를 놓고 찍은 게 있더군요. 아마 그 당시에는 '그레이카드로 한 컷 찍은 다음에 촬영을 하면 이후 장면들은 컬러밸런스를 맞추기 쉬울 거야'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원본자체가 태양광을 주광으로 삼은 상태에서 촬영한 거라서 노출도 적절하게 맞았고 컬러 밸런스도 훌륭할 정도로 잘 맞았더군요.(수퍼리아는 노출만 맞으면 태양광 아래서 찍은 사진은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래도 그레이카드로 찍은 게 있으니까 그걸 기준으로 노출도 맞춰보고 밸런스도 조정해봐야겠다 싶어서 커브를 만지고 적용해봤는데 이상하게 노출도 엉망이고 밸런스도 미묘하게 틀어지더라구요. 뭔가 이상해서 자꾸 이짓저짓 해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스캔할 때 auto exposure로 해서 노출값 자체가 이미 자동 조정된 상태였고, 게다가 워낙 필름 자체의 밸런스가 뛰어나다보니 오히려 조정하면 미묘하게 틀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레이카드를 촬영해도 모서리와 중앙부의 밸런스가 약간씩 다르거든요.)

필름을 믿고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하는 걸 너무 기계적으로 해결하려다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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