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추억
(출처: http://www.sparxmedia.co.za)
예전에 구워놨던 mp3 CD를 다시 백업하는 도중에 백신프로그램이 바이러스 경보를 울렸다. 어차피 버리고 새로 DVD로 구울 거라서,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CD에 바이러스가 박혀있는 것도 별 상관없긴 한데, 어쨌든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Nimda 바이러스였다. 요즘은 눈에 띄지도 않는 과거의 바이러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나서 잡힌 셈이다. 이 바이러스는 2001년에 수많은 PC를 감염시켜서 유명세를 얻었다. 최초의 버전도 복합적인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서 전파력이 대단했지만, 변종도 많이 나타나서 그 유명세에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PC를 처음 샀던 중학생 시절에 플로피 디스크로 친구들과 서로 게임을 복사하고 교환해서 즐겼었는데, 그때는 변변찮은 백신프로그램도 별로 없어서(V2였던가?) 예루살렘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이 되면 계속 Y를 눌러 치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무거운 금속을 Y키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는데 이러저러한 꽁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결국 다 삭제했던 기억이 난다.
기껏해야 사람 손을 통해 플로피 디스크로 전파되는 것이었는데도 전파속도가 꽤나 빨랐었는데, 오늘날에는 네트웍으로 전파되니 바이러스가 제작되기만 하면 전파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한다.
PC 바이러스가 생겨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된다고 한다. (문스랩닷컴의 컴퓨터 바이러스 탄생 25주년 –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안철수연구소 차민석님의 [기획 특집]악성코드의 역사 참조) 바이러스의 역사는 PC의 역사와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 아마 PC가 존재하는 마지막 날까지 바이러스는 계속 제작되고 끊임없이 PC를 공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