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 매니아
나는 PDA 헝그리 매니아다. 99년부터 여태까지 1달 이상 PDA를 놓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들고 다니면서 ebook을 읽고 있다.
헝그리 매니아임을 자부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사용해왔지만 비싼 PDA를 구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비싼 PDA를 가지고 싶다!)
첫번째 PDA는 Palm Pilot으로 대학원 시절(99년)에 연구실에서 연구 목적으로 받아놓고 쓰지 않던 것을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하였다. 상당히 안정적이고 배터리도 오래 지속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사실 두번째 PDA와 함께 사용해서 사용기간이 많이 겹친다.
두번째 PDA는 JTel CellVic이었는데 모델 넘버는 기억나지 않고 JTel이 개인용 PDA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에 많이 팔린 기종이었던 것 같다. Palm Pilot에 비하면 불안정했지만 당시 시중에 나와있는 PDA 중에 이만큼 한글 필기 인식률이 높은 게 없어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었다.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 PDA용 메모리 DB 관리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연구에 사용했던 것을 잠시 빌려서 썼다.
내가 다니던 대학원 연구실이 JTel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PDA 기반 프로그래밍 쪽으로 경험도 쌓게 되고 PDA를 실생활에서 활용하게 되고 JTel에서 근무하시던 86학번 이 모 선배를 알게 된 것도 이때였다.
세번째 PDA는 처음 돈 주고 구입한 PDA였는데 같은 CellVic 시리즈의 JTel CellVic-i이다. 초소형 PDA라서 글자가 너무 작아 웬만한 사람은 들여다보기도 힘든 기종이었는데, 나한테는 딱 맞았다. 주머니에도 쏙… JTel은 그 이후 개인용 PDA 사업을 접었다. PDA 시장이 Palm과 PPC로 압축되어 가는 상황에서 타개책을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처럼 네비게이션이나 PMP 장비로 나가는 걸 구상하기에는 너무 앞선 시대였기에… 한참 쓰다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퇴물이 된 것 같아서 다음 PDA로 넘어가게 되었다.
네번째 PDA는 Handspring Visor Prism이었는데 LG 핸드폰 모듈이 추가적으로 장착되는 거라서 019에 신규 가입하는 조건으로 거의 헐값에 구해서 사용했었다. 처음 써보는 컬러 PDA라서 좋았지만, H/W가 너무 부실해서 오래 쓰지 못했다. 2개를 구입했는데 하나는 팔았다가 문제가 있어서 환불해줬고, 험한 상태의 한 개는 블로그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냥 넘겼다. (결국 한 푼도 못 벌고 버린 셈이다.)
지금 쓰고 있는 다섯번째 PDA는 HP에 합병된 Compaq에서 만든 Compaq iPaq 3850이다. 중고로 구입했는데 가격 대 성능비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OS는 Visor Prism보다도 불안하고 H/W는 더 단단해보인다. PDA는 사용자의 입력에 실시간 반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느려지거나 먹통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S/W를 조금만 설치해서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깔려 있는 S/W를 나열해보면,
1. Spb 포켓 플러스 (태스크 관리자) – Close 버튼때문에 쓴다.
2. 포켓 플래너 (일정, 주소록)
3. 기상청 웨더바 (날씨 정보)
4. 무식이 (텍스트 뷰어)
5. Tomtom 코빌드 영영사전
6. Resco File Explorer (탐색기)
7. 포켓 서브웨이 (지하철 노선도)
8. 베타 플레이어 (동영상, 음악 연주기) – 3850에서는 이게 딱이다.
9. Resco Photo Viewer (이미지 뷰어)
10. iSilo (웹페이지 클리퍼) – 인터넷 신문 보기에 좋다.
포켓 플러스가 많이 불안하고, 사전의 어휘수가 딸리는 게 좀 아쉽지만 그럭저럭 쓸만하다. 여태까지 버겁고 불안정해서 기상청 웨더바와 iSilo를 안 쓰다가 어제부터 다시 깔아 쓰고 있는데, PDA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게 되어 좀 더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PDA와 여타 휴대용 기기에는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비싼 제품을 가격 그대로 구입하기는 어렵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돈을 쓰기 아깝다. 얼리 어답터들이 많이 구입해서 가격을 낮춰줄 때까지 나같은 헝그리 매니아들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게임은 SD 카드에 몇 개 깔아서 써봤는데 SD 카드를 DSLR에 꽂아두고 다니느라 그냥 게임을 안 하게 된다. 진득하게 오래할 수 있는 게임도 없거니와 PDA 자체의 한계(화면 크기, 키 조작감)로 인해 제대로 된 게임은 아직 요원하다.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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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moth
셀빅아이 제 첫 PDA 였죠. 그때는 쿨뷰로 책도 꽤 읽고 했었는데 지금 있는 Tungsten C는 거의 메모용인듯 싶네요; 애정도 예전만큼 없는지 kpug 들린지도…
Terzeron
텅스텐 C면 좋은 PDA인데 많이 활용하셔야죠. ^^
chantage
연구실에서 버린 Palm Vx 아직 잘 쓰고 있음. Ipaq 36xx는 꽤 지난 모델이네요. 처음에 handhelds.org 되는걸 보고 가지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비싸서 포기. 요즘 나오는 삼성 ARM9 들어간 ipaq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Terzeron
chantage님, 상당히 좋겠죠. 요즘 PPC기반 PDA는 동영상도 무리없이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mp3 돌리면 PDA가 거의 죽으려고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