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비(카메라, 스캐너, 프린터)

Leica M3 구입기와 간단 사용기

M3 Double Stroke를 8월 초에 이베이에서 며칠을 꾸준히 지켜본 후에 적당한 가격에 입찰하여 낙찰받았습니다. 낙찰까지 몇 번의 입찰 시도와 실패를 거쳐 이베이의 경매시스템에 익숙해졌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입찰 경쟁하다가 졌을 때의 기분이 몹시 안 좋더군요. 특히 이베이의 자동입찰 기능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낙찰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베이에서 구입하는 경우, 국내로 들여올 때의 세금이나 배송, 또는 대행의 문제가 있습니다. 관세는 600달러 이하에 대해 일괄적으로 간이 통관이라 하여 20%를 매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600달러을 넘는 경우는 일반 통관에 해당되는데 세금이 좀 더 붙는다고 합니다. 정확한 세율은 모르겠지만 세관 직원의 이야기로는 600달러에서 1달러라도 넘으면 몇 만원이 더 붙는다네요. 보통 600달러가 넘으면 관세사에게 의뢰해서 미리 정해진 가격표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답니다. 이 경우, 관세사에게 3만원 이하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국제 배송료 포함하여 600달러로 샀다 그러면 실제 국내 구입가는 600$ * 1080(?) * 120% = 78만원 가량 나옵니다. 물론 이베이에서도 국제 배송료(25달러 정도) 포함하여 600달러 이하에 나오는 경매물품은 거의 없습니다. 상태가 아주 나쁜 것(구입할 가치가 없는)만 600달러에 못 미쳐서 경매가 종료됩니다.

강남권을 담당하는 세관은 학동역 앞 영동우체국에 있습니다. 강서권을 담당하는 세관은 영등포에 있다고 하구요. 영동우체국에 직접 찾아가서 관세내고 찾아온 M3 DS는 생각보다 깨끗하지는 않더군요. 이베이에 물품을 소개하기 위해 올라온 사진은 정말 사진빨이 먹혀 있어서 실제로 보면 스크래치나 먼지 등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습니다.

국내 중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M3도 그렇겠지만 세월이 50년이나 지나다보니 아주 관리가 잘 된 게 아니면 대체적으로 깨끗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흠집 하나 없고 아주 깨끗한 건 국내나 미국에서나 가볍게 수백만원까지도 갑니다. 국내 중고 시장에서는 다소 사용감이 있는 M3가 100~120만원의 가격 최저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베이에서 재수 좋게 그런 걸 구하면 대략 20만원의 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만, 오버홀 비용이 15만원이라서 자칫하면 5만원 남기자고 며칠 동안의 삽질과 배송 기간 동안의 초조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개인 판매자들은 주로 미국 내 판매를 원하는데 이러면 배송대행을 맡겨야 합니다. 그럼 물품가격 + 미국 내 배송료 + 배송대행 수수료 + 국제 배송료가 되어 약 25~30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관세도 그에 따라 6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600달러 기준을 넘으면 심각하죠.)

많은 판매자가 paypal로 대금 지급을 받는데 가능하면 paypal protection 상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전 그냥 paypal로 지불했습니다. 가끔 money order(MO)를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면 좀 불안하니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MO는 우편환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거 취소하기도 번거롭고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립니다. MO를 보내는 데 1주일 걸리는데다가, 환전 가능한지 확인하는데 3~4일 걸리니 그 후에 배송하겠다는 판매자도 더러 있거든요. bidpay를 이용하면 MO를 보낼 수 있습니다. MO를 보내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데, 국내 은행에서 보내는 방법, bidpay, 지불대행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MO 자체가 별로 안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책임을 안 지거든요.

이베이 경매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새벽에 종료되는 매물이 있으면 당췌 잠을 못 자거든요. 그리고 잘못하면 국내 가격보다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는 매물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어쨌든 현재 M3 DS, M3 SS, Summarit, Red Elmar를 구매한 상태입니다. Red Elmar는 재수좋게 그냥 우편으로 배달되어서 관세를 물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싸고 물품 부피가 작고 used라고 표시되어서 그냥 들어온 것으로 추측합니다. Red Elmar가 렌즈처럼 안 생기고 꼭 기계 부품처럼 볼품없이 생겼거든요.

m3 DS는 군데군데 볼커나이트(경화 플라스틱)가 깨져서 떨어진 것 빼고는 괜찮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내장 노출계도 없고 완전 수동이다보니 촬영에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노출계를 항상 들고다녀야 하며(그래서 한손에 쏙 들어오는 세코닉 308B로 샀습니다.) RF 특유의 이중상 합치도 AF나 스플릿에 의존하는 MF보다는 훨씬 어렵습니다. 다만 미러쇽이 없어서 저속(1/15~1/8초)으로도 촬영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필름 넣으려면 하판을 분해해서 필름 스풀(스프라켓?)이랑 함께 집어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제가 워낙 슬로우 포토그래퍼라서 그런지 몰라도 노출재고 거리 맞춰서 느긋히 찍는 건 괜찮은데, 생각보다 무겁고 최대 접근 거리가 1m인 것은 확실히 불편합니다. 나쁘게 평가하면 야시카 일렉트로 35 GSN보다 수십 배 비싸고 1.5배 정도 더 좋은 카메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게 평가하면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점 정도? ^^

손맛을 이야기해보죠. 셔터감은 그냥 별로입니다. ‘철커덩’하는 건 없고 ‘샤각’하는 정도죠. 라이카 특유의 저속셔터의 매미소리도 납니다. 무게가 좀 되서 안정감은 있습니다. 무게나 질감이나 뭐 그런 게 야시카 일렉트로 35 GSN과 별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습니다. 만듬새는 훌륭합니다. 단단한 쇳덩어리처럼 느껴지고 실제로도 한 판으로 된 주물로 찍어낸 것 같습니다.

바디를 샀는데 스트랩이 안 따라와서 스트랩과 소프트 버튼을 따로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했습니다. 렌즈는 앞캡, 뒷캡, 필터, 후드 전혀 없이 그냥 렌즈만 덜렁 판매하는 판매자가 대부분이라서 국내에서 오래된 라이카 렌즈의 구경에 맞는 앞캡이나 필터, 후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특히 제가 구입한 Summarit은 41mm 구경이라서 이베이가 아니면 해당 구경의 UV 필터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지난 번에 작성한 사용기처럼 40.5mm 구경의 필터를 잘 이용하면 되긴 하지만요.

Leica Summarit등의 41mm 구경 렌즈에 UV필터 달기

라이카 정품 후드는 다른 브랜드의 렌즈 하나를 구입할 가격이라서 포기했고, 나중에 드물지만 40.5mm 구경의 후드와 앞캡을 구할 수 있으면 그걸 사려고 합니다. 써드파티 뒷캡이 8천원에 충무로에서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악세사리 비용도 감안해보면 오히려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도 시간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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