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돈과 시간

내 어렸을 적 꿈이 뭐였을까? 컴퓨터 엔지니어! (물론 당시에는 컴퓨터로 뭔가 하는 막연한 직업에 대한 환상이었다.)

결국 지금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먹고 살고 있으니 꿈을 이뤘다고 해야 할 수 있겠다.

누가 내게 요즘의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돈 많이 버는 거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꿈이라는 게 원래 현실적이지 않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이루어지는 성질의 것의 의미하기에,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든가 그럭저럭 먹고 사는 일상은 일단 제외하다보니 딱히 부족한 게 돈 밖에 없다.

그럼 돈을 어떻게 많이 벌 것인가? 로또에 당첨되거나 개인 사업으로 대박나거나 모르고 지내던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는 길 뿐인데, 로또에 당첨되는 건 로또를 계속 사야하는 꾸준함이 요구되며, 사업이 대박나는 건 차라리 로또를 사는 게 낫겠다싶고, 가까운 친척 중에는 부자가 없을 뿐더러 모르는 친척이 유산을 물려줄 리도 가당찮은 것이다.

결국 로또에 올인!!!

…은 아니고 엄청난 액수의 돈은 포기하고 그냥 현재 상태를 조금씩 개선시켜나가면서 삶의 수준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나의 현재 상태도 그다지 큰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물통의 법칙이라고 불리우는 리비히의 법칙으로 비유하자면, 돈이 짧은 널판지가 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다만 모자란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며 주어진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에 집착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직접하지 못하는 것을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거나, 여가를 즐기는 동안에도 입고 먹고 거주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 뿐만 아니라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자본주의는 생산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강도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때문에 노동자의 시간은 결국 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돈보다 저평가되며(돈으로 시간을 살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에 얽매이게 된다.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사기업 직원들은 줄어든 토요일만큼의 업무량을 채우기 위해 주중에 개인시간을 노동에 투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간과 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일이 있을까 생각 중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너무 지나치게 앞날을 걱정하는 기우가 아닐까도 싶지만 근심과 걱정, 예측과 전망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도전이 나를 깨어있게 한다고 믿는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