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8년째 하고 있는 팝송가사서비스

팝송가사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언 8년째다. 대학시절에 학과전산실 서버에 계정을 만들어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고등학교시절부터 수집해왔던 가사를 모아서 내가 직접 타이핑해서 파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쯤 이미 인터넷이 대학과 PC통신망을 중심으로 하여 차차 보급되고 있던 터라, 인터넷에 널려있는 가사들을 모아서 정리하던 게 내 팝송가사 서비스의 시초가 되었다.

그 짓을 8년째 하고 있다. 오늘도 이름밖에 모르는 가수들의 가사를 인터넷에서 모아서 복사해서 붙이고 vi 편집기로 내가 정한 양식에 맞게 수정하여 등록했다. 일단 양식에 맞게 편집하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이미 몇 년 째 사용하고 있는 스크립트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화되어 처리된다. 파일 이름도 양식에 맞게 변경하고 적절한 디렉토리로 옮겨준다. 같은 이름으로 되어 있는 가사 파일이 존재하면 크기를 비교해보고 더 늘어났으면 새 가사파일로 덮어쓰는 규칙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준다.

상당 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되어 있어도 가사를 인터넷에서 찾고 가공하기 적당한 양식으로 긁어붙이는 작업은 수작업일 수 밖에 없다. 이 정도를 알아서 해줄 정도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이 된다면 내가 구글같은 검색 서비스 회사를 차리든가 했을 거다. -_-;;

요즘은 업데이트 잘 안 하고 신곡 가사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사용자들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도 내가 졸업한지 벌써 만 4년이 가까워오는 대학원 연구실에 있어서 신경쓰지 못하다보니 자주 다운되곤 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나 검색 횟수도 예전만 못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가 더 이상 가사 서비스에 대해 애착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관심가지고 좀 더 작업을 자동화하고 신곡 업데이트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귀찮아져 버렸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같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겨우 웹서비스 하나 가끔씩 관리하는 일인데도 이렇게 귀찮으니, 내가 과연 다른 무슨 일에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Ask Google! 가사찾는 사람들한테 구글한테 물어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구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 직접 가사를 찾는 일이 내 홈페이지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어서 아직은 운영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게 마지막 보루이다.

딱 2년만 더 해보자. 그래서 10년을 채우면 나약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자. 여건상 과연 2년을 버틸 수 있을까 싶지만…

댓글 18개

  • 나이테

    우와… 8년이라니.. 정말 긴 시간이네요… 여전히 애용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저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이라는 무리한 부탁을 드리고 싶을 따름이네요.

  • daystand

    안녕하세요. 몇달간 블로그계를 떠나 있느라 온블록으로 이사하신것도 모르고 이제야 찾아뵙네요. '노가다' 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을 듯. 10년이라, 이문세씨의 별밤이 문득 떠오릅니다. 얼마 안남았네요, 🙂

  • Terzeron

    daystand님 / 네, 옮기느라 좀 고생스러웠습니다만… 더 좋은 블로깅 환경이 주어지면 노가다를 해서라도 옮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나이테님 / 앞으로… 해봐야죠. 아직은 당장 문닫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 crushonu

    Terzeron 님 가사 서비스 항상 애용하고 좋아했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아무런 이해도 없이 그런 일을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분이 아니라면 절대로 그렇게 오랫동안 하지 못햇을 거에요. 8년동안이라니.. 모르고 있었네요. 그 동안 그렇게 제공받는 것에 대해 너무나 익숙해 있어져서 말이지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8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걸요. 다른 일도 분명히 잘 하실텐데요 뭘.^^…

  • trinitti

    저 역시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렇게 블로그까지 찾아오고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만두신다 하여 뭐라할순 없지만 그간 해오신 것에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p.s)저도 이사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납니다…

  • 유정하

    제가 대학시절부터 즐겨 이 사이트를 애용하였으니….
    그래요. 8년정도 되었겠네요.
    7~8년 전에 이곳만큼은 제가 찾던 모든 곡들이 다 있어서
    몇년째 이곳을 드나들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수고를 하고 있는지 몰랐네요.
    음~ 그 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구요~ 남은 2년 부디 꼭 채우시기 바랍니다.

  • sol

    이런 글을 보니
    꽤 오랫동안 이 사이트를 애용했던 사람으로서
    그냥 지니칠 수 없네요.

    terzeron님의 8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표현할 재량은 없습니다만..

    한번도 감사의 표시를 한적이 없었네요.
    좋은 사이트, 좋은 글 모두 감사합니다.

  • arepos

    저런…
    저도 정말 오래 여길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감사 인사 몇번 못드린것 같아 죄송하네요.
    그렇죠…
    이런 돈도 안되는 서비스를 그렇게 오래 하시기도 참 어려우셨을텐데.
    지금도 팝송 가사 모르면 여길 제일 먼저 오는데 2년 정도 있으면 없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요.
    DB는 이정도면 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무언가에 10년 정도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반드시 언젠가는 보상이 어떤 식으로든 올것이라고 믿습니다. (세상일이 살아보니 뭘 해도 ‘헛된’ 노력이라는건 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중에 꼭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이라도 열심히 이용해야겠네요.
    그리고 그동안 이용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

  • palms_

    여기 오면 찾는 가사가 뭐든지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염치없이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않고 들락거렸습니다만..-_-
    부디..2년 후에도
    또 이후로도 오랫동안 놀러올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주인장님의 수고를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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