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키드 이야기

Microkid는 사실 제 첫번째 아이디입니다. 하지만 PC통신 시절부터 네트웍 상에서 이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제법 계신 관계로, 이 아이디 대신에 이름을 가지고 만들어 낸 Terzeron을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microkid”라는 단어는 몇몇 사전에 등재된, “컴퓨터를 좋아하는 아이”이라는 뜻의 보통 명사입니다. 20세기 후반에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고 그에 따라 생겨난 말이겠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삼성과 금성에서 제조했던 MSX 호환 컴퓨터를 보고서는 컴퓨터라는 것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사달라고 부모님을 졸랐지만 경제적 형편도 그렇고, 구입해봤자 오락기로 사용될 것을 예상하신 부모님께서 사주지 않으신 덕분에, 제 컴퓨터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가기만 했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우연히 3개월짜리 BASIC을 가르쳐주는 방과 후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는 저는 공책에 연필로 코딩을 해가면서 프로그래밍을 익혔습니다. 2학년 때, 학교에서 컴퓨터 경진대회 준비반을 만들게 되었는데, 시험을 쳐서 3명을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수십 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는데 매일 프로그래밍을 연습했던 덕분에 제가 운좋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1년 내내, 컴퓨터실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살았고 심지어는 자면서도 프로그래밍하는 꿈을 꿀 정도였습니다. 꿈에서 생각해낸 로직이 다음날 오후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때면 그 감격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부터는 입시 경쟁에 뛰어든 터라, 재수 시절을 끝내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제대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에 CAssembly를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아마 그런 탓인지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면서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강의나 스터디를 통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혼자 책보고 공부하는 게 체질에 맞더군요.

고등학교와 재수 시절에는 딱히 컴퓨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지 어떤 전공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목표가 없으니 공부도 해오던 관성 때문에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재수하던 친구들한테 수학계산통계학과군에 전산 전공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고, 친구들을 따라서 수학계산통계학과군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당연히 전산과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이나 통계는 전공 필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몇 과목씩 수강하긴 했지만, 관심도 생기지 않고 공부하는 스타일도 맞질 않더군요.

대학 시절에는 저말고도 90년 대 대학생들이 다 그렇겠지만, 그다지 열심히 공부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학과 공부는 겨우겨우 따라가는 정도로만 신경을 썼고, 나머지 시간에는 학교 전산원의 동아리방이나 학과 전산실에서 유닉스 서버를 붙잡고 살았습니다. 딱히 프로그래밍을 매니악하게 즐겼던 것은 아니었고 system administration이나 security 쪽에 관심을 두고 이것저것 시스템을 만져보는 재미에 빠져 살았습니다. 학교에 있는 6년 동안 거의 매일, 토요일, 일요일에도 등교했습니다. 강의 시간을 빼고는 주로 전산실에서 유닉스 서버를 만지고 있거나 아니면 주로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빌려다가 읽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했는데, IMF 직후라서 급여 수준도 별로고 취직시켜주려는 회사도 별로 없고 해서, 허겁지겁 2주 동안 대학원 시험을 준비해서 또 운 좋게 턱걸이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자연대 전산과학과와 공대 컴퓨터공학과가 통합되면서 본의 아니게 컴퓨터공학부로 소속이 바뀌어 석사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는데, 덕분에 지금까지도 DB와 약간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에는 논문 연구는 거의 하지 못하고, 주로 DB 개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JTel의 PDA 제품인 CellVic에 내장되는 소형 DB 라이브러리 개발에도 잠시 참여했고, LG 디지털TV에 내장되는 윈도우즈 기반 DBMS 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첫번째 직장인 TaoNetworks에서는 TCP/IP 네트웍 S/W, VPN, Firewall 관련하여 2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다지 회사에 기여하지는 못했지만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ARP proxy를 이용하여 임의의 IP를 가진 PC가 아무런 설정 변경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윈도우즈의 네트워크 공유 차단 시스템도 개발하였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TaoNetworks가 제작하여 판매하는 지능형 IP 라우터 장비에 탑재되어 사용되었습니다.

두번째 직장인 Telcoware에서는 메모리 기반 DBMS 개발을 4년 정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DBMS는 디스크에 데이터를 놓고 필요한 일부 데이터만 버퍼 메모리에 올려놓고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꺼내도록 구현되어 있지만, 메모리 기반 DBMS는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려놓고 처리하기 때문에 디스크 기반 DBMS에 비해 5~10배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Telcoware의 DB개발팀에서 만들었던 Telcobase라는 DBMS는 주로 SK Telecom에서 사용되는 HLR과 같은 전화망 장비에 탑재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DBMS 개발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전공을 살린 일이었으나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새로운 개발 경험에 대한 열망이 생겨서 직장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서비스연관검색어 서비스, 사내 기획자들을 위한 로그 조회 시스템인 TQL의 개발을 담당했었습니다. 한게임 쪽의 로그분석 시스템 개발에도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컨텐츠검색 개발을 거쳐 광고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었습니다.

현재는 NHN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IT 인프라솔루션 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Facebook Comments

17 Replies to “마이크로키드 이야기”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